[길섶에서] 광화문에서

서동철 기자
수정 2026-07-23 01:28
입력 2026-07-23 01:03
약속 장소로 가려고 신호를 기다리는데 저 멀리 광화문이 보인다. 광화문우체국 앞을 지나니 우포도청 터였음을 알리는 표석도 눈에 들어온다. 광화문과 우포도청 모두와 연관이 있는 인물이 있다. 우포도대장 출신 무인으로 경복궁 영건도감 제조를 지낸 임태영이다. 광화문 현판은 그가 쓴 것이다.
엊그제 유흥식 추기경 인터뷰를 읽다가 그를 떠올렸다. 추기경은 한국 교회의 두 번째 사제 최양업 신부의 시복(諡福)이 내년 서울 세계청년대회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최 신부가 고초를 겪은 경신박해를 주도한 인물의 하나가 임태영이다.
광화문 현판을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개인적으로 기존 현판을 그대로 두거나 한글로 바꾸는 방안을 지지한다. 한글과 한자 현판을 함께 거는 것은 아무래도 자연스럽지 않다. 한편으로 현재의 한자 현판에선 명품의 향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옛 사진의 희미한 글씨를 되살리면서 원본이 가졌던 힘이 크게 훼손됐을 수 있다. 자칫 원작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도 있는 글씨를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서동철 논설위원
2026-07-2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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