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 사랑도 보존된다…우리 안에, 다른 형태로

김임훈 기자
수정 2026-07-17 00:59
입력 2026-07-17 00:59

공학교수가 ‘에너지 보존 법칙’으로 풀어낸 사랑의 법칙

사랑의 열역학
김민준 지음/ 동아시아
268쪽/ 1만 6800원


미국 남부의 한 공과대학. 열역학 강의를 이어가던 교수가 느닷없이 사랑 이야기를 꺼낸다. 들으면 들을수록 비유에 단단한 뼈가 드러난다. 기계공학 교수인 저자는 ‘엄밀함’을 무기로 하는 물리 법칙을 빌려 우리 삶에서 가장 복잡한 감정인 사랑을 설명한다.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가 다른 형태로 전환되더라도 그 총합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E=Q−W. 에너지는 열에서 노동을 뺀 값이다. 이 공식을 사랑에 빗대면, 에너지는 사랑(E), 열은 열정(Q), 일은 행동(W)이다. 열정으로 채워진 에너지 가운데 행동으로 발산되고 남은 잔량이 사랑이다.

그에 따르면, 타오르는 마음이 행동으로 흘러나오지 못할 때 그것은 사랑으로 완성되지 못하고 가슴속에만 머문다. 하지만 한 번 사랑에 사용된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기억과 성장, 습관과 인연이라는 다른 형태로 변환되어 우리 삶 어딘가에 계속해서 잔열처럼 남는다.

열역학 제2법칙은 관계가 왜 항상 약간의 손해를 동반할 수밖에 없는지 설명한다. 뜨거운 커피가 식듯, 에너지는 언제나 더 높은 곳에서 더 낮은 곳으로 흐르고 한 번 흘러간 에너지는 처음 상태로 완전히 되돌릴 수 없다. 100을 주고 100을 온전히 돌려받는 ‘완벽한 전달’은 없다. 돌려받지 못한 70의 에너지는 결국 되돌릴 수 없는 손실인 무질서(엔트로피)로 흩어진다. 손해를 감수하는 관계 맺음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사랑이 시작된다.



19세기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모든 것이 사라지기에 되풀이되지 않는 지금을 사랑하라는 ‘아모르 파티’(운명애)를 철학적 고찰의 결과로 내놨다. 저자는 물리 법칙이라는 상반된 도구로 같은 결론을 낸다. 사랑은 점차 식어 결국 주변과 구별할 수 없게 되는 ‘열 평형’에 도달하므로, 그 변화를 온전히 수용하라고 한다. 되찾을 수 없는 상실에 힘을 낭비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에 열정을 쏟아야 한다. 자신을 태울 에너지가 있는 한,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열원’이기 때문이다.

김임훈 기자
2026-07-1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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