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제주 항공편 ‘만석’ 딜레마… 공급 확대냐 vs 안전 우선이냐

강동삼 기자
수정 2026-07-16 15:05
입력 2026-07-16 14:21
제주 하늘길 포화상태 해법 놓고 엇갈린 시선
관광업계·도의회 “탑승률 95.7%…슬롯 40회로 확대를”
공항측 “슬롯 확대보다 안전성 검토가 전제돼야” 지적
“제주공항 슬롯 34회 제한 불구 시간당 30회 운항 여유” 분석
제주를 오가는 항공편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제주 관광정책의 우선순위를 관광객 유치에서 항공 공급 확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제주도의회에서 나온 발언을 계기로 제주 관광 회복의 해법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도의회와 관광업계는 항공편 확대를 요구하는 반면, 공항 운영 현장에서는 슬롯 확대는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도 최근 관광경기 둔화의 원인으로 ‘항공 접근성 악화’를 지목했다. 그렇다면 항공 공급만 늘리면 제주 관광은 살아날 수 있을까. 주요 쟁점을 짚어봤다.
팩트체크1. “제주 관광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항공 공급 부족이다”… 절반은 맞다김봉현(더불어민주당·아라동갑) 제주도의원은 최근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에서 “현재 제주 관광의 가장 큰 문제는 관광객이 아니라 항공 공급 부족”이라며 관광정책을 수요 확대에서 공급 확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올해 하계 제주 국내선 공급 좌석은 지난해보다 약 21만석 줄었고, 지난 4월 평균 탑승률은 95.7%로 사실상 만석 상태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도 제주 관광경기 둔화의 원인으로 항공 접근성 악화와 내국인 여행 수요 부진을 함께 꼽았다.
6월 제주 관광객은 111만명으로 지난해보다 9만명 감소했고, 내국인 관광객은 김포~제주 노선 감편과 유류할증료 인상 등의 영향으로 10만 9000명 줄었다.
항공 접근성 악화도 뚜렷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자료를 보면 제주공항 도착 기준 공급석은 전년 대비 4월 -1.2%, 5월 -6.4%, 6월 -11.0%로 감소폭이 확대됐다.
하지만 제주 기점 국내선 탑승률은 4월 95.7%에서 5월 89.5%, 6월 89.8%로 낮아져 황금시간대를 제외하곤 빈자리가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관광객 감소도 5월 4만 7000명, 6월 9만명, 7월 1~13일 3만 8000명으로 이어졌다.
한국은행은 국내선 유류할증료 인하로 관광 여건은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항공기 공급석 부족이 관광경기 회복을 일부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한국은행은 관광 부진의 원인을 항공편 부족만으로 보지는 않았다. 중동전쟁 이후 물가 상승과 여행 수요 위축도 함께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팩트체크2. “제주공항은 시간당 슬롯을 34회로 제한하는데 더 늘려야 한다”… 꼭 그렇지 않다김 의원은 “도민의 병원 진료와 출장 등 필수 이동권부터 보장해야 한다”며 “제주공항은 시간당 40회까지 항공기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 슬롯은 7년째 시간당 35회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슬롯을 시간당 1회 확대하면 연간 약 110만석 공급과 1조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항공사가 늘어난 슬롯을 모두 활용해 실제 운항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한 계산이다. 다만 1~2회 정도의 슬롯 증가는 검토할 수 있지만, 운항 편수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이착륙 지연이 잦아질 수 있고 항공기 안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신중론도 나온다.
제주공항 관계자는 1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슬롯 확대는 공항이 단독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국토교통부와 관제 역량, 항공사 운항계획, 기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항공사들이 수요가 적은 시간대 대신 황금 시간대에 운항을 집중하면서 시간대별 편차가 크다”며 “제주공항은 시간당 34회(유보 슬롯 1회 별도)로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운항은 평균 30회 안팎에 머물러 아직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 아시아나의 제주 노선 운항은 323편 줄었지만, 재배분된 슬롯을 받은 저비용항공사의 증편은 186편에 그쳤다. 슬롯을 배정받아도 항공기와 승무원 확보, 수익성 등의 이유로 실제 운항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한편 활주로 1개로 운영되는 제주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단일 활주로 공항 중 하나다. 현재 제주공항은 2분 간격으로 1대씩 비행기가 이착륙을 하고 있어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제2공항 건설이 추진되고 있으며, 위성곤 제주지사는 관련 갈등을 내년까지 매듭짓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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