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22도 열대야

박상숙 기자
박상숙 기자
수정 2026-07-09 01:05
입력 2026-07-09 00:38


장마철 본격 무더위가 닥치니 지난달이 축복이었음을 새삼 실감한다. 지난 6월 한국의 밤 기온은 평균 22도 안팎. 장마가 7월로 밀린 덕에 습도가 낮아 에어컨 없이 꿀잠을 자는 드문 호사를 누렸다. 낮에 달아오른 몸을 밤공기로 식힐 계절의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선선하다던 22도는 유럽에선 난생처음 겪는 열대야다. 원래 유럽의 여름밤은 13도 안팎까지 내려간다. 대륙이 펄펄 끓자 유서 깊은 돌집이 복병이 됐다. 추위를 막으려 두껍게 쌓은 벽이 낮의 열기를 머금었다가 밤새 방 안으로 토해내기 때문이다. 창밖은 식어도 방 안은 찜통, 조상이 물려준 돌집이 뜻밖의 사우나가 된 셈이다.


셰익스피어가 ‘한여름 밤의 꿈’을 쓸 수 있었던 유럽의 저녁은 연인들이 숲을 거닐고 요정들이 장난치던 선선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밤은 잠 못 이루는 악몽에 가깝다. 고온다습에 단련된 한국인들이 이불을 덮고 잘 때, 유럽인들은 달아오른 돌집 구석에서 밤새 뒤척인다. 기후가 바뀌면 계절을 견디는 방법도, 그 계절을 상상하는 방식도 결국 달라지지 않을까.

박상숙 논설위원
2026-07-0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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