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인성 중요성 배워”… 광주일고 “고개 들고 어깨 펴라”

서미애 기자
수정 2026-07-07 00:14
입력 2026-07-06 20:19

야구부 전원 등 86명 광주일고 방문
선수단 “부적절 행동 진심으로 반성”
자필 사과문 낭독하며 화해의 시간
역사 교육 후 5·18민주묘지 참배도
광주교육감 11·3 스포츠 교류 제안

광주 찾아 참배하는 배재고·광주일고 학생들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하는 응원 구호를 사용해 논란을 일으킨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6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광주일고 학생들과 함께 참배하고 있다. 배재고 야구부는 최근 광주일고와의 경기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고 외쳐 5·18을 조롱했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이날 피해 학생과 시민에게 사과하기 위해 광주를 방문했다.
광주 연합뉴스


최근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비하하는 구호를 외쳐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배재고 야구부가 6일 광주를 찾아 공식 사죄하고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배재고 이효준 교장과 권오영 감독, 야구부 36명 전원, 일부 학부모와 교직원,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등 86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방문단은 이날 광주 북구 광주일고를 찾았다. 이들은 전국대회 경기 상대였던 광주일고 야구부 앞에서 참회의 뜻이 담긴 사과문을 낭독하며 화해의 시간을 가졌다.


배재고 야구부 주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꿈과 희망이 샘솟아야 할 야구장에서 부적절한 언행으로 광주제일고 선수들과 학부모, 광주 시민들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이번 사건을 통해 야구 실력보다 인성과 태도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깨달았다”며 사과문을 읽어 내려갔다.

지도자들의 자성도 통절했다. 권 감독은 “학생들을 올바르게 이끌어야 할 지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승패에만 집착하느라 잘못된 응원 소리를 제때 제지하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과오”라고 자성했다.

광주제일고등학교 학생들을 향해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응원 구호를 외친 배재고 야구부 선수단 일동이 6일 자필 사과문을 작성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배재고 야구부 감독이 작성한 자필 사과문. 이날 배재고 야구부원 36명 전원과 배재고 교장, 지도자, 학부모, 교육청 관계자 등 방문단 86명은 광주일고를 방문해 해당 사과문을 낭독했다. 이후 곧바로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역사 교육을 받았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광주일고 측은 배재고 측 사과를 따뜻하게 품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들어오실 때 어머니들께서 눈물을 흘리고 계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파 원래 하려던 말을 잊어버렸다”고 운을 뗀 이규연 교장은 배재고 선수들을 향해 “학생들은 고개를 들고 어깨를 펴라. 여러분의 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격려했다. 이어 “사과와 실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더 바르고 훌륭하게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윤채 야구부 감독도 “다시 그라운드에서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정정당당하게 멋진 승부를 펼칠 날을 기대한다”고 배재고 선수들을 다독였다. 광주일고 선수 대표는 “이번 일을 겪으며 우리 야구부도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언행을 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고 성찰했다.

앞서 광주 이동 과정에서 5·18민주화운동 관련 역사 교육을 진행한 배재고 방문단은 사죄 뒤 광주일고 교내에 있는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탑을 참배하고 5·18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 앞에 분향했다. 이 자리에서 김대중 전남광주 교육감은 “잘못을 돌아보고 서로 이해하며 미래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면서 “11월 3일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일에 두 학교가 스포츠 교류를 통한 화합의 장을 열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다음달 21일까지 모든 학교 운동부를 대상으로 인권교육과 학습권 보장, 운영 실태 등을 점검한다. 또 학교체육진흥회와 협력해 혐오·차별 표현 금지와 건전한 응원문화 조성 교육자료를 개발·보급하는 한편 민주시민교육 종합계획을 마련한다.

광주 서미애·서울 김가현 기자
2026-07-0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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