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냈는데 또 증여세”…돈 한 푼 안 받은 자녀에게 세금고지서 발송 왜? [세테크]

김경두 기자
김경두 기자
수정 2026-06-29 15:28
입력 2026-06-29 14:58

법인 간 거래로 자녀 소유 회사의 자산·주식 상승 땐 증여세 부과
저가 임대·금전 무상 대여·역할 없는 ‘통행세 마진’ 집중 추적
가족법인 활용한 자산 이전…‘할인가’ 버리고 시가 거래 지켜야
자녀 법인 설립 시 지분율 30% 미만이면 ‘특정법인’에서 벗어나


법인 간 거래라고 하더라도 부모 회사의 도움으로 자녀 소유 회사에 이익이 발생하면 국세청은 이를 증여로 보고 세금을 부과합니다. 사진은 법인 지원 관련 이미지. 123rf


법인 간 거래였고, 현금이나 현물 지원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세무 당국은 법인 지배주주에게 수천만원의 증여세 고지서를 발송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법인 간 거래임에도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5 ‘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의제’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자녀 소유의 회사가 부모 회사의 도움으로 이득을 봤다고 판단한 겁니다.

세법은 부모 회사가 자녀 회사에 이익을 몰아주는 것에 대해 현금 증여와 똑같이 취급해 세금을 부과합니다. 이를 줄여서 ‘특정법인 증여의제’라고 하는데요. 지배주주(주식보유비율 30% 이상)와 특수관계에 있는 특정법인이 거래를 통해 이익을 얻으면 지배주주가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매기는 제도입니다. 법인 뒤에 숨어 부모 회사로부터 자녀가 이득을 챙기는 걸 막으려는 조치입니다. 열한 번째 ‘국세청이 알려주지 않는 세테크’ 이야기는 ‘특정법인 증여의제’에 관한 주의사항입니다.

“자녀 회사의 자산이나 주식이 올랐다”…실질 증여 판단



국세청이 법인 간 정상 거래를 자녀 증여로 보는 논리는 단순합니다. 어떠한 방식으로 거래하더라도 이득이 자녀에게로 귀결된다면 증여라는 겁니다.

예컨대 A회사가 B회사에 시가 10억원짜리 건물을 5억원만 받고 넘겼다고 합시다. B회사는 가만히 앉아서 5억원의 이익을 봤고, 그만큼 회사의 자산이나 주식 가치가 커졌습니다. 회사(법인)를 걷어내면 실질 이득은 B회사 지분을 소유한 이들에게 돌아갑니다. 정글 같은 기업 현장에선 있을 순 없지만 A회사가 ‘부모 회사’, B회사가 ‘자녀 회사’라면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일이겠죠. 국세청은 부모가 자녀에게 현금 증여를 하지 않더라도, 법인 거래를 우회해 ‘자녀 소유 회사의 주식이나 자산 가치를 올려 준 것 자체가 사실상의 증여’라고 판정합니다.

“이미 회사에서 법인세를 냈으니 이중과세 아니냐”는 주장도 통하지 않습니다. 세무 당국이 계산할 때 이미 법인이 부담한 법인세 액수만큼 빼고 자녀의 이익을 산정합니다.

서울신문은 합법적인 절세의 기술을 통해 여러분의 자산을 불려주는 연재물을 게재하고 있습니다.


저가 임대·통행세는 우회 증여 거래

국세청이 자금 출처 조사나 법인 세무조사를 통해 자녀에게 증여세를 추징하는 대표적인 거래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부동산 무상 대여와 저가 임대입니다. 부모가 개인적으로 소유한 상가나 공장 부지, 혹은 부모 회사의 건물을 자녀 법인에 공짜로 쓰게 하거나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를 받는 겁니다. 국세청은 자녀 법인이 통상적인 기준보다 낮은 임대료만큼을 부모가 자녀에게 우회 증여한 것으로 봅니다.

부모 회사가 자녀 법인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세보다 비싸게 사주거나, 반대로 부모 회사의 원자재나 용역을 싼 가격에 넘기는 것도 증여입니다.

또 중간에서 실속만 챙기는 이른바 ‘통행세 마진’ 역시 국세청의 감시 대상입니다. 부모 회사가 납품업체와 직접 거래하면 되는데, 굳이 자녀 회사를 중간 징검다리로 끼워 넣어 수수료나 마진 명목의 통행세를 떼어주는 방식입니다. 국세청은 자녀 회사가 실질적인 유통이나 가공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중간에서 편취한 통행세 전체를 부모 회사가 자녀 주주에게 우회 증여한 것으로 봅니다.

부모 회사에 쌓인 여유 자금을 자녀 소유 회사에 이자도 받지 않고 빌려주는 금전 무상 대여나 채무 면제도 증여세 추징 대상입니다.

국세청 조사 피하려면 이렇게 해라

1년간 부모 회사와의 거래를 통해 얻은 이익이 1억원을 넘으면 안 됩니다. 여기서 제시된 1억원은 자녀 회사가 번 돈에서 법인세를 떼고 남은 이익 중, 자녀의 주식 지분율을 반영해 계산한 금액입니다. 1억원을 넘으면 특정법인 증여의제에 해당합니다.

또 부동산을 거래할 땐 시가(감정평가액·유사 매매 사례)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부모와 자식 간이라도 실제 거래 가격이 시가와 30% 이상 벌어지거나, 시가와의 차액 자체가 3억원 이상 나면 언제든 국세청 안테나에 걸릴 수 있습니다.

자녀 법인을 처음 설립할 때 주식 지분율 자체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자녀의 지분율을 30% 미만으로 설정하면, 세법이 지정한 특정법인에서 벗어나 증여의제 조항을 비껴갈 수 있습니다.

가족 법인을 활용한 ‘부의 이전’은 국세청이 가장 눈에 불을 켜고 들여다보는 감시 지대입니다. ‘법인 간 거래인데 설마 자식까지 조사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이 자녀에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증여세 가산세 폭탄을 안길 수 있습니다.

세무법인 센트릭의 강승윤 대표 세무사는 “국세청이 부동산 매입 자금 속에 숨어 있는 ‘부모 찬스’(편법 증여)나 자녀 법인으로 부당하게 이익을 이전하는 행위를 철저하게 지켜보고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경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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