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최윤·김남구도 겨눴다… ‘CEO 겸 의장’ 경고장

황인주 기자
황인주 기자
수정 2026-06-21 23:39
입력 2026-06-21 23:39

금감원, 새달 2일 책무 개선안 요구

카드·캐피털·저축은행으로 확대
책임 소재 불분명·내부통제 미흡
오너 장기 겸직에 견제·감시 부족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 최윤 OK금융그룹 회장 등 금융사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 의장까지 겸직하며 ‘셀프 견제’하는 지배구조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독당국은 다음 달 대형 여신전문금융회사(카드·캐피털)와 저축은행에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는 것을 앞두고 보완책 마련을 요구했다.

금융감독원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여전사와 7000억원 이상 저축은행 등 52개사를 대상으로 책무구조도 사전 컨설팅을 실시한 결과 미흡한 사항이 다수 발견돼 다음 달 2일까지 개선안을 제출하도록 했다고 21일 밝혔다.


책무구조도는 ‘누가 어떤 업무에 책임을 지는가’를 사전에 명확히 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있게 한 제도다. 은행은 2024년, 대형 금융투자·보험사는 지난해 도입됐다. 다음 달 2일부터는 자산 5조원 이상 여전사 24곳과 자산 7000억원 이상 저축은행 33곳에 적용된다.

금감원이 문제 삼은 것은 ‘CEO의 이사회 의장 겸직’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선임 시엔 사유를 공시해야 한다. 이미 주요 금융지주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취지에 따라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체제가 정착된 상태다. 금감원은 이사회가 경영진을 감시·견제하는 조직인 만큼 CEO가 의장까지 맡으면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박창훈 신한카드 대표 등이 꼽힌다. 정 부회장은 2003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 20년 넘게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박 대표도 지난해 취임 후 의장직을 함께 맡았다. 김영우 BC카드 대표와 정상호 롯데카드 대표 역시 CEO와 의장을 겸하고 있다. 반면 KB국민카드는 지난해까지 유지했던 겸직 체제를 올해 폐지하고 의장직을 사외이사에게 넘겼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전찬우 대표와 OK저축은행의 정길호 대표도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최윤 OK금융그룹 회장


창업주 등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오너가 의장을 맡는 사례도 적지 않다. OK캐피탈은 오너인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아 주요 의사결정을 지휘한다. 최 회장이 OK캐피탈의 대표이사는 아니지만, 견제와 감시가 부족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더욱이 다른 이사들이 출석률 100%를 채운 것과 달리 최 회장의 지난해 이사회 출석률은 67%에 불과하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


최대주주가 의장을 맡는 구조도 이어지고 있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은 그룹 오너이자 최대주주로 2005년부터 20년 넘게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금융투자·보험사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을 통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겸직 관련 지적을 했으나 이런 관행이 업계 전반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인사·보수 담당 부서장에게 전산 시스템 운영이나 회계 관리 책임까지 부여하거나, 유사한 업무를 여러 임원에게 중복 배분해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한 사례 등이 지적됐다.

황인주 기자
2026-06-22 B1면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