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 세리머니의 의미는?”…이란, 월드컵서 미국 저격 논란

이지 기자
수정 2026-06-17 15:42
입력 2026-06-17 15:28

관중 향해 손으로 총 모양 만든 모하마드 모헤비
“정치적 의도 맞다”...골 넣고 얼굴 가린 레자에이안
BBC “이란 국민, 얼마나 크게 분열됐는지 보여”

이란의 모하마드 모헤비(오른쪽·로스토프)가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G조 1차전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2-2를 만드는 동점골을 넣은 후 관중을 향해 손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잉글우드 EPA 연합뉴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첫 경기에서 이란을 패배 위기에서 구한 미드필더 모하마드 모헤비(로스토프)가 ‘권총 세리머니’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종전 합의 직후 미국 땅에서 경기를 치르는 가운데 총을 쏘는 듯한 동작을 취하면서 미국을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란은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 로스앤젤레스(LA)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G조 1차전에서 뉴질랜드와 2-2로 비겼다.


이란은 전반 7분 일라이자 저스트(머더웰)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전반 32분 라민 레자에이안(풀라드)의 동점골로 1-1을 만들었다. 그러나 후반 9분 다시 저스트에게 실점하며 끌려가다, 후반 19분 모헤비가 헤더 동점골을 터뜨리며 뉴질랜드를 따라잡았다.

문제는 득점 후 모헤비가 한 세리머니였다. 모헤비는 오른손 손가락을 권총 모양처럼 편 뒤 관중석을 향해 흔들었다.

많은 팬들이 소셜미디어(SNS)에서 세리머니가 전쟁과 관련해 있다는 해석을 제기하며 모헤비의 동작이 갑론을박에 휩싸였다.



논란이 커지자 모헤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LA까지 와준 이란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었다”며 “그저 순간적으로 떠오른 평범한 세리머니였을 뿐, 다른 의미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란의 라민 레자에이안(풀라드)가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G조 1차전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1-1을 만드는 동점골을 넣은 후 관중에게 달려가 유니폼 상의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잉글우드 AFP 연합뉴스


정치적 의미로 세리머니를 한 선수는 따로 있었다. 이날 모헤비에 앞서 1-1을 만드는 동점골을 넣은 라민 레자에이안은 득점 후 유니폼 상의로 얼굴을 가린 채 팬들을 향해 달려갔다. 경기 후 레자에이안은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게 맞다”면서도 “그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진 않다. 축구에 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인터뷰하러 나온 것”이라며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이란은 미국과 전쟁으로 인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대회를 치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란 선수단장, 코치진, 의료진 등 핵심 행정·지원 스태프 15명 중 11명의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출전 선수조차도 개막 직전에 경기 당일만 체류 가능한 제한적인 비자를 발급 받아 이란은 월드컵 베이스캠프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미국 국경 지역인 멕시코 티후아나로 변경해야 했다.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아미르 갈레노이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G조 1차전 이란과 뉴질랜드의 경기를 하루 앞둔 1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아미르 갈레노에이 이란 감독은 뉴질랜드와 경기 후 “당초 경기가 열리기 이틀 전에 미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허용되지 않았고, 회복을 위해 오늘까지 이곳에 머물 예정이었지만 멕시코로 돌아가라는 요청을 받았다. 조기 귀국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이란계 미국인은 경기장 안팎에서 ‘반(反)이란 정권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반입이 금지된 옛 팔레조 왕조 시절 국기를 흔들며 현 이란 정권에 항의를 표했다. 또한 옛 팔레조 왕조 시절 국기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이슬람 혁명 이전 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영국 BBC는 “관중석에는 수천 개의 이란 국기가 펄럭거렸다. 멀리서 보면 다 같지만, 자세히 보면 (두 개의 국기로) 달랐다”며 “이란과 뉴질랜드의 경기는 이란 국민이 여전히 얼마나 크게 분열됐는지를 보여줬다”고 전했다.

이지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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