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보고 오실게요” 흐름 끊는 ‘3분 수분 휴식’…축구팬들 뿔났다
이보희 기자
수정 2026-06-15 21:09
입력 2026-06-15 21:09
FIFA, 북중미 월드컵서 의무 수분 휴식 도입
방송사들, 중계 끊고 광고 송출
“축구를 4쿼터 경기로 나눴다” 팬들 분노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수들의 수분 보충을 이유로 경기 중 의무 휴식 시간을 도입한 가운데, 미국 방송사들이 이를 사실상 광고 시간으로 활용하면서 팬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월드컵이 광고 중단 시간을 도입했고 모두가 이를 싫어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FIFA가 이번 대회부터 경기당 여러 차례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수분 휴식)’을 의무화하면서 새로운 광고 시장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FIFA는 미국·캐나다·멕시코의 여름철 무더운 날씨 속에서 선수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전 경기에서 전반과 후반 각각 1회씩 약 3분간의 수분 휴식 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FIFA는 선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팬들은 경기장이 덥지 않은 상황에서도 일률적으로 휴식 시간이 주어지는 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방송사들은 이 시간을 활용해 맥주, 스포츠 베팅 업체 등의 광고를 내보냈다. 일부 광고는 경기 재개 직전까지 이어져 시청자들이 실제 경기 장면 일부를 놓치기도 했다.
수분 보충 휴식은 원래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기온이 섭씨 32도를 넘을 때에만 예외적으로 도입된 제도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기온과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미국 대표팀이 로스앤젤레스에서 치른 파라과이와의 개막전 전반전 휴식 당시 기온은 섭씨 22도에 불과했다.
축구계에서는 선수 보호보다 광고 수익 확대가 진짜 목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WSJ은 전했다.
매체는 이번 대회가 총 104경기로 확대된 만큼 경기마다 추가된 휴식 시간을 모두 합치면 10시간이 넘는 신규 광고 시간이 생긴다고 분석했다. 미국 대표팀 경기 광고 단가는 최대 75만 달러(약 1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 미디어 컨설턴트 존 코스너는 “사실상 축구를 4쿼터 경기로 나눈 셈”이라며 “엄청난 가치의 광고 구간을 만들어냈다”고 비꼬았다.
반면 FIFA와 일부 전문가들은 선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클럽 월드컵과 각종 국제대회에서 폭염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됐고, 실제 월드컵 팬 페스티벌 현장에서는 수십 명이 열 관련 질환으로 치료를 받기도 했다.
다만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선수 보호라는 명분 뒤에 상업화가 숨어 있다”는 의구심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디디에 데샹 프랑스 대표팀 감독은 “그 3분이 모든 흐름을 끊어놓는다”며 “우리는 적응해야 하지만, 방송사들은 행복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다큐멘터리 감독 랜디 윌킨스는 “경기에 몰입하고 싶지만 곧바로 이것이 결국 돈벌이 수단이라는 사실을 상기하게 된다”며 “매우 실망스럽다”고 일침했다.
이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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