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사라진 뒤 유럽 누빈 거대 소 발견 [사이언스 브런치]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6-05 14:00
입력 2026-06-05 14:00


들소, 물소, 소는 전 세계 생태계와 인류의 농경사(史)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동물이다. 그런데 잘 보존된 초기 화석이 드물어 이런 소과(科) 동물들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가장 가까운 친족 집단과는 어떤 관계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독일 라이프니츠 진화·생물다양성 과학 연구소 산하 자연사박물관,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 카탈루냐 인류 고생태학 및 사회 진화 연구소, 로비라 이 비르길리대, 이탈리아 피렌체대 지구과학과 공동 연구팀은 약 440만 년 전 형성된 스페인 북동부의 ‘캄 델스 니노츠’ 화석 산지에서 발굴한 거의 완전한 골격의 소과 동물 화석을 분석한 결과 500㎏에 이르는 거대한 소과에 속하는 동물이 유럽 지역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 6월 4일 자에 실렸다.


440만 년 전 유럽 지역은 몸무게가 약 500㎏에 육박하는 소과 동물들이 지배하고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440만 년 전 소과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한 그림.

독일 라이프니츠 자연사박물관 제공


연구팀은 최소 14개체에 이르는 방대한 화석을 검토한 결과, ‘파라보스 티그네레시’라는 종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플라이오세 초기 유럽에 살았던 물소를 닮은 다섯 종(種) 중 하나로 그동안은 ‘알레피스’라는 다른 속(屬)에 분류돼 있었다. 1991년 프랑스 바오 유적에서 발굴한 화석 일부를 토대로 연구해 ‘알레피스 티그네레시’로 이름 붙여졌지만 이번에 잘 보존된 화석으로 정밀 분석한 결과 ‘파라보스’의 특징을 더 많이 공유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재분류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연구팀은 뿔심의 크기와 단면 형태, 위·아래 어금니와 작은 어금니 비율, 뒤통수뼈와 바닥뒤통수뼈 형태, 팔다리뼈 비율 등을 측정해 유라시아와 아프리카에 서식했던 소과 동물과 정밀 비교했다. 그 결과 티그네레시 뿔은 앞쪽에 뚜렷한 용골(모서리 능선) 하나와 뒤쪽에 약한 용골 둘을 지닌 삼각형 단면을 보였다. 이는 곧고 매끄러운 뿔을 가진 원시적인 ‘파라보스 코르디에리’와 조금 더 진화해 나선형으로 꼬이고 깊은 골이 팬 뿔을 가진 ‘알레피스 리릭스’의 중간 형태라는 설명이다. 이빨도 알레피스처럼 크고 기저 기둥이 발달해 있어 파라보스 코르디에리와는 구별됐다.

연구팀은 이런 중간적 특징을 근거로 소족의 줄기 집단에서 갈라져 나온 한 계통이거나 마이오세의 트라고포르타키니가 늦게까지 살아남아 소족과 비슷한 모습으로 수렴 진화한 계통일 수 있다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트라고포르타키니는 신생대 마이오세 후기에 처음 등장해 플라이오세 초기까지 번성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소과 동물이다.

연구팀이 치아와 골격 11개 변수로 추정한 파라보스 티그네레시의 평균 몸무게는 419±31㎏. 가장 무거운 개체는 약 480㎏, 가장 가벼운 개체는 약 378㎏이었다. 그러나 현생 소과 동물과는 달리 암수의 몸집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400만 년 전을 전후한 유럽에서 몸무게 400㎏을 넘는 대형 소과 동물이 여러 계통에서 동시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파라보스 티그네레시, 알레피스 리릭스(약 421㎏), 그레베노보스 안티쿠스(약 398㎏) 등이 대표적이고 이 흐름은 플라이스토세 렙토보스를 거쳐 최초의 들소로 이어졌다. 대형화의 원인은 아직 분명치 않지만 연구진은 유라시아 대륙을 장기간 지배한 한랭·건조화 추세가 식생 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를 이끈 레오나르도 소벨리 라이프니츠 자연사박물관 박사는 “캄 델스 니노츠의 소과 화석들은 유럽 플라이오세 화석 가운데 가장 정교한 것으로 그 덕분에 유럽 대륙에 처음 출현한 대형 소과 동물의 모습을 한층 잘 이해하게 됐다”며 “이번 연구는 유럽 플라이오세 초기를 ‘대형 소과 동물의 시대’가 열린 출발점으로 지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