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초록의 빈자리

박상숙 기자
수정 2026-06-05 00:56
입력 2026-06-04 23:56
자동차 학원이 있던 삭막한 부지에 공사가 시작되던 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은 아파트가 아닌, 도심 속 공원이었다. 검은 아스팔트로 뒤덮여 있던 땅 위로 흙이 채워지고 풀이 돋아나며, 나무들이 줄지어 자리를 잡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앙상한 가지만 뻗고 있던 나무들은 올해 부쩍 몸피를 키우며 짙은 녹음을 드리웠다. 초록 기운이 감도는 공원을 거닐다 보면 시간의 흐름을 절로 실감하게 된다.
매연과 엔진음으로 가득했던 곳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이제는 싱그러운 풀냄새가 그 자리를 메운다. 가끔씩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려올 때면, 사람이 만든 숲에서도 자연은 제 방식으로 자리를 찾아낸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동네 분위기에도 한결 여유가 생겼다. 이웃들은 어느덧 산책을 하루의 소중한 습관으로 받아들였다. 쉼 없이 달리던 일상에 공원이 작은 숨구멍을 내준 셈이다.
도시에서 절실한 건 더 많은 콘크리트보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초록의 빈자리일지도 모른다.
박상숙 논설위원
2026-06-0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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