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주택 대문에 간장·래커칠
구로 피의자와 ‘동일 조직’ 추정
SNS 통해 ‘범행 행동대원’ 모집
‘수도권·대구 등 의뢰 가능’ 홍보
경찰, 개인정보 유출 정황 수사
온라인에서 의뢰를 받아 타인의 주거지 등을 훼손하는 이른바 ‘사적 보복대행’ 범죄가 서울 구로구에 이어 강북구에서도 연달아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간장과 래커칠’이라는 같은 범행 방식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엄단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조직원이 경찰에 붙잡힌 뒤에도 텔레그램에 범행 영상을 올리며 버젓이 세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 22일 오후 11시 30분쯤 강북구의 한 주택 대문에 붉은색 래커를 칠하고 간장을 뿌린 용의자 A씨를 추적하고 있다. A씨는 재물손괴 및 주거침입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특별한 원한 관계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전형적인 보복대행 범죄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배후로 추정되는 조직은 텔레그램 채널에 실제 범행 장면을 담은 영상을 올려 홍보했다. 지난 17일 구로구에서 붙잡힌 행동대원 20대 남성 B씨도 이 조직 소속으로 추정된다. B씨는 지난달 30일 구로구의 피해자 자택 인근에 개인정보 출력물을 붙인 뒤 간장을 뿌리고 벽면에 래커칠을 한 대가로 약 8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행동대원이 붙잡힌 뒤에도 “팔다리가 최소 한 개 달려 있으면 된다”며 새 행동대원을 모집했다. 또 “월 1000만원 이상, 의뢰 한 건당 50만원에서 많게는 150만원씩 받을 수 있다”며 “신고율은 15% 미만, 검거율은 더 낮다”고 홍보했다. 심지어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진행한다’는 문구도 내걸었다. 모집 공고를 보고 연락한 사람 중에는 미성년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조직은 ‘의뢰자 익명 보장’을 내세우며 복수 대행 항목과 가격을 제시하며 홍보 중이다. 이름과 전화번호 등 일부 정보만 있어도 의뢰 대상의 거주지와 가족 관계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식이다. 이들은 수도권과 대구, 대전 지역에서 주로 활동한다고 밝혔다.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대금은 상품권으로 받은 뒤 테더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교환하는 방식을 쓴다고 한다.
경찰은 이들이 손쉽게 피해자 신상을 확보하는 것과 개인정보 유출이 관련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했다.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배달 애플리케이션 외주업체 등을 통해 유출된 개인정보가 보복대행 범죄에 활용된 사건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등에서도 개인정보 유출 정황을 추가로 확인하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엑스(X)에 “보복을 부탁하는 사람도, 이를 실행하는 사람도 모두 관용 없는 중대범죄자”라며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경찰은 관련 피의자 50명을 체포하고 이 가운데 14명을 구속했다.
박다운 수습기자·손지연 기자
2026-05-2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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