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DX보다 적자 비메모리에 더? 성과 무시한 성과급 논란

민나리 기자
수정 2026-05-20 20:06
입력 2026-05-20 20:06

노노 갈등 번지는 삼성전자

DS 위주 초기업노조가 협상 주도
성과급 70% DS 전체 공유 요구
수조 적자 내도 수억씩 수령 가능

수익 낸 DX부문 수천만원 수준
DX 직원들 “교섭안 백지화해야”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결렬된 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뒤로는 태극기와 삼성 사기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도준석 전문기자


삼성전자 노사 간 2차 사후조정이 결렬된 배경에는 구성원 간 ‘성과급 배분 비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측이 반도체(DS) 부문의 경우 최대 실적을 내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 외에 적자를 기록하는 시스템LSI·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부까지 고액 성과급 지급을 주장하면서, 소폭이나마 이익을 기록한 모바일·가전 등 디바이스경험(DX) 부문 구성원은 소외된 모습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성과주의에 어긋난다고 봤고, 노동계는 공동체 의식에 준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사측은 20일 세종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이 결렬된 이후 입장문을 내고 성과주의 기본원칙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중노위의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노조는 성과급 재원의 70%를 DS 부문 전체에 균등 배분하고, 나머지 30%만 개별 사업부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같은 DS 부문에 속해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한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 임직원들에게도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와 유사한 수준의 보상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노조 집행부가 DX 부문의 거센 반발을 감내하면서 DS 부문 내 비메모리 구제안을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조직 내부의 세력 역학 관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초기업노조 삼전지부 전체 조합원 약 7만명 중 DS 부문 소속은 5만 5000명 이상으로 다수를 차지한다. 반면 DX 부문 조합원은 1만 50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실적이 부진한 비메모리 사업부 조합원들의 보상을 메모리 사업부 성과와 연동해 다수파 지지를 유지하려는 계산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측은 이러한 노조안이 실적이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삼성 특유의 성과주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DX 부문은 14조 2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반면, DS 부문 내 시스템LSI·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부는 수조원대 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 비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은 수억원대 성과급을 받는 반면 소폭이나마 흑자를 낸 DX 부문 직원들은 수천만원 수준의 보상에 머물 수도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각한 상황에서 타 사업부를 배제하는 ‘칸막이 단결’이자 약자와의 연대를 상실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기업 성과는 모든 공급망의 노동자가 합심한 바”라며 “특정 사업부에만 이익을 몰아주면 결국 조직 분열이라는 부메랑을 맞게 된다”고 했다.

교섭 노선에서 배제된 DX부문 조합원들의 불만도 표면화되고 있다. DX 부문 조합원으로 구성된 ‘삼성전자 직원 권리 법률대응연대’는 이날 경기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교섭안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 DX 부문 소속인 이상호 조합원은 초기업노조를 향해 “내부 단결을 파괴하고 외부 연대를 단절시킨 초기업노조라는 괴물은 노동사에 가장 참담한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률대응연대는 초기업노조의 교섭을 중단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으며, 지지 서명에는 직원 1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나리·곽소영 기자
2026-05-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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