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느린 손 더 좋아해”…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도시양봉 기업

반영윤 기자
수정 2026-05-19 17:10
입력 2026-05-19 17:10

[20일 세계 벌의 날]
비컴프렌즈, 발달장애인 2명과 도시양봉
김지영 대표 “느린 손은 꿀벌 안심 시켜”

김지영 비컴프렌즈 대표. 본인 제공


‘여름엔 진드기를 방제해야 한다’, ‘토종벌과 서양벌은 교미해도 수정이 안 된다….’

‘세계 벌의 날’(20일)을 하루 앞둔 19일 도시양봉 기업인 비컴프렌즈의 김지영(56) 대표는 발달장애인 직원이 빼곡히 기록한 양봉 일지를 보여주며 “벌통 앞에선 빠른 손보다 발달장애인의 느린 손이 오히려 꿀벌을 안심시키고 작은 변화를 살피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비컴프렌즈의 발달장애인 직원이 빼곡히 기록한 양봉 일지에 ‘토종벌과 서양벌은 교미해도 수정이 안 된다’, ‘여름엔 진드기를 방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비컴프렌즈 제공


발달장애 아들을 둔 김 대표는 꿀벌 다큐멘터리를 본 뒤 도시양봉을 결심했고, 2018년 3월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사회적기업을 시작했다. 장애인과 함께하는 사회적기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제조·조립·포장 등 단순 업무를 넘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양봉 일터에서 발달장애인이 참여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김 대표는 “‘그 많던 꿀벌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며 “성인이 된 뒤 오히려 갈 곳을 잃는 발달장애인의 현실이 꿀벌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고 말했다.



김지영(왼쪽) 비컴프렌즈 대표가 지난 2024년 5월 경남 양산시의 양봉장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생태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본인 제공


비컴프렌즈의 양봉은 꿀 생산보다 꿀벌 보전에 방점이 찍혀 있다. “양봉가는 벌을 번식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벌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철학을 가진 김 대표는 다른 양봉장과 달리 대부분의 꿀을 꿀벌의 양식으로 남겨 둔다고 했다. 이들은 10개 벌통에서 최대 30만마리의 꿀벌을 돌보는데, 발달장애 직원들이 벌통 관리 보조와 양봉장 청소와 제품 포장 등을 맡아서 한다.

김 대표는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주민과 소통할 수 있도록 카페도 운영한다. 카페 계산대엔 ‘느긋한 계산대’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 지역 주민들은 직원의 응대가 느리거나 어눌해도 천천히 주문하고 기다린다고 한다. 지난 3월 초등학교에 양봉 교육을 나갔을 땐 발달장애가 있는 2년차 직원이 보조교사로 나서 꿀벌 지식을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발달장애인의 반복성·집중력·세밀함이 제품 제작이나 생태교육에서 강점이 될 때가 있다”며 “사람을 일에 맞추기보다 저마다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일터의 속도와 방식을 바꾸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컴프렌즈의 발달장애인 직원 이병우(오른쪽)씨와 방민지씨가 지난달 경남 양산시에 위치한 카페 ‘오봉살롱’에서 고객들에게 배송할 제품을 포장하고 있다. 비컴프렌즈 제공


반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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