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꽃’을 일본인 이름 따서 불렀다고?”…‘치욕의 역사’ 씻어낸 사연

김성은 기자
김성은 기자
수정 2026-05-15 12:52
입력 2026-05-15 12:52
조선 주재 일본 초대 공사 하나부사(花房) 요시모토의 성을 따 한때 ‘화방초’로 불리는 수모를 겪었던 금강초롱꽃. 우리 이름을 되찾기 전 아픈 역사를 보여준다. 국립수목원 유튜브 캡처


세종대왕 탄생일(5월 15일)인 ‘세종대왕 나신 날’을 맞아, 일제강점기 억압 속에서도 우리 식물의 한글 이름을 지켜낸 조선 식물학자들의 노력을 기리는 영상이 공개돼 화제다.

국립수목원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공동 제작해 15일 선보인 ‘이름을 지킨 사람들, 조선의 식물학자 편’은 약 4분 분량의 영상이다. 특히 이번 영상은 유명 예능 연출가 나영석 PD가 내레이션을 맡아 전달력을 높였다.


영상은 과거 일제가 우리 식물에 일본식 이름을 붙여 우리말을 말살하려 했던 아픈 역사부터 짚어낸다. 당시 한반도의 식물들은 우리 이름 대신 초대 조선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의 이름을 딴 ‘사내초’나, 초대 공사 하나부사 요시모토의 이름을 딴 ‘화방초’ 등으로 불리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러한 역사적 위기 속에서 조선의 식물학자들은 학문적 독립운동에 나섰다. 1933년 창립된 ‘조선박물연구회’의 정태현, 도봉섭, 이휘재, 이덕봉 선생 등은 근대 식물 분류학 체계를 바탕으로 우리 식물의 이름을 한글로 정리했다.

이는 훗날 국가 표준 식물 목록의 근간이 된 기념비적 저서 ‘조선식물향명집’의 발간으로 이어졌다.



이 책을 통해 일본식 이름인 화방초는 ‘금강초롱’이라는 아름다운 우리 이름을 되찾았으며, 바람꽃, 괴불주머니 등 정겨운 우리말 이름들이 식물학 기록 속에 당당히 자리 잡게 됐다.

서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일제의 흔적을 지우고 되찾아온 식물의 역사를 통해 ‘식물 주권’이 얼마나 중요한지 국내외 누리꾼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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