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달라”…피습 여고생 비명에 달려간 남학생이 전한 당시 ‘참변’

문경근 기자
수정 2026-05-10 08:25
입력 2026-05-10 08:24
최근 광주에서 귀가하다 괴한의 습격을 받은 여고생을 구하려다 흉기에 크게 다친 고교생이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10일 뉴스1에 따르면 고교생 A군(17)은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밝혔다. 사건은 지난 5일 오전 0시 11분쯤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벌어졌다. 늦은 밤 공부를 마치고 귀가하던 여고생 B양(17)은 당시 일면식도 없는 장모(24)씨가 휘두른 흉기에 공격당하고 있었다.
근처를 지나던 A군은 B양의 비명을 들었다. 처음엔 연인이 다투는 줄 알았지만 곧 “살려달라”는 외침이 들렸다. 그는 “비명에 그냥 몸이 먼저 움직였다”고 했다. 길 건너편으로 달려간 A군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 또래 여학생을 발견했다. B양은 그를 보고 “119를 불러달라”고 말했다. A군이 휴대전화를 꺼내 신고하려던 순간 장씨가 다시 흉기를 들고 다가왔다.
A군은 한 손에 휴대전화를 쥔 채 다른 손으로 흉기를 막으려다 손등을 크게 다쳤다. 이어 목 부위를 두 차례 찔렸다. 그는 범인을 밀쳐낸 뒤 가까스로 현장을 벗어났다. 의식이 희미해질 정도로 피를 흘리면서도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사람이 칼에 찔렸다.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했다.
B양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A군도 긴급 봉합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전북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수술 뒤 현재 광주의 한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A군은 숨진 여학생 이야기가 나오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그 학생이 살았어야 했는데”라면서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고 말했다.
A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평소에도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아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길에서 마주친 동물에게 물이나 간식을 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던 아이”라며 “사건 직후 아이는 살이 다 떨어져 나간 상태였고 목까지 찔린 위험한 상태였다”고 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왜 그렇게 위험한 데를 갔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A군은 “아빠라도 그 상황이면 그러지 않았겠냐”고 답했다고 한다.
A군은 해당 사건을 겪은 이후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상처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범인의 얼굴도 반복적으로 떠오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낯선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기만 해도 몸이 굳는 외상 후 스트레스(PTSD) 증세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지난 5일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B양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는 게 재미없어 자살을 고민하다가 범행 충동이 들었다”며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범행 전후 정황과 증거 인멸 시도 등을 토대로 계획범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장씨는 범행에 앞서 휴대전화를 꺼두고, 이틀 전 미리 구입한 흉기 2점을 소지한 채 거리를 배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후에는 흉기를 현장 인근에 버린 채 도주했고 무인세탁소에 들러 혈흔이 묻은 자기 옷을 세탁했다. 또 휴대전화 2대 중 1대를 강에 던져 버리는 등 증거 인멸 시도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씨는 범행 직후 도주했다가 사건 발생 약 11시간 만에 주거지 인근에서 경찰에 체포돼 현재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다.
문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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