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대엔 1000억 기부, 직원엔 ‘경영 악화’… 신사고 명퇴 논란

김임훈 기자
수정 2026-05-03 18:02
입력 2026-05-03 18:02

근속 5년차 이상 대상…임직원 78% 해당
기부액이 영업이익 상회…직원 “황당해”

서울 강서구에 있는 좋은책신사고 사옥의 모습. 앞서 좋은책신사고는 지난달 16일 근속 5년 이상 직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명예퇴직 권고 공고를 내 논란을 겪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베스트셀러 수험서 ‘쎈’·‘우공비’로 알려진 출판사 좋은책신사고가 경영 악화를 이유로 임직원 10명 중 8명에게 명예퇴직을 권고해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수천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데다 서울대에 1000억원 규모의 기부까지 약정한 회사가 정작 직원들의 안정적인 고용은 외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좋은책신사고는 최근 근속 5년 이상 직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명예퇴직 권고 공고를 냈다. 지난달 초 10년 차 이상 팀장급에 한정됐던 대상이 사실상 전 직원으로 확대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에 따르면 대표를 제외한 재직자 59명 중 78%인 46명이 대상에 올랐다. 위로금으로 1년 치 연봉이 제시됐으나, 직원들은 ‘정리해고 전 단계’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측이 내세운 명분은 경영 실적 악화다. 실제 좋은책신사고의 영업이익은 2024년 170억원대에서 지난해 76억원으로 줄었고, 부채는 380억원에서 417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재무제표를 뜯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난해 기준 현금성 자산은 2106억원, 이익잉여금은 2722억원이다. 자산총계(3113억원)는 전년보다 93억원 증가했다. 이에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14.4%에서 15.5%로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초우량’ 수준이다.

정재순 좋은책신사고지부 사무국장은 “영업이익이 다소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흑자를 기록 중이고, 자산 규모를 고려하면 경영 위기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내부 반발을 키운 결정타는 대외 기부 행보다. 좋은책신사고는 지난 1월 서울대와 ‘무주·쎈 연구기금’ 협약을 맺고 10년간 총 1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매년 지출할 100억원은 지난해 영업이익을 웃도는 규모다. 영업외비용 항목의 일반 기부금도 2024년 13억 6000만원에서 지난해 21억 3000만원으로 1년 새 56% 늘었다.

직원 A씨는 “사내 게시판에 공고가 올라온 순간 사무실 분위기가 얼어붙었다”며 “회사가 어렵다면서 뉴스에는 수천억 기부 소식이 나오니 황당하다”고 전했다. 좋은책신사고 측은 이날 서울신문에 “명예퇴직 권고는 경영 악화에 따른 조치”라며 “그 외 입장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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