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집 따위는 없다”…초저주파가 만든 심령현상 [달콤한 사이언스]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4-28 14:00
입력 2026-04-28 14:00
층간소음보다 무서운 침묵의 진동
일상 속 초저주파가 만든 유령의 집 소동
초저주파 노출, 스트레스 호르몬 높여
영국이나 아일랜드에는 유령이 나온다고 알려진 거리를 찾아 투어하는 ‘다크 워킹 투어’ 같은 여행 상품이 운영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심령 현상이나 공포물 마니아들이 귀신이 나온다고 알려진 지역들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그런데 유령이나 각종 심령현상이 건물이 만들어 내는 각종 초저주파 소음 때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캐나다 앨버타대 신경과학 및 정신건강 연구소, 맥이완대 심리학과, 생물학과, 수학 및 통계학과 공동 연구팀은 인간이 들을 수 없는 20㎐(헤르츠) 미만의 저주파 소음인 초저주파가 신경과민의 증가와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코르티솔 수치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고 28일 밝혔다. 사람이 초저주파음을 듣지는 못하지만 인체는 감지해 반응한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최신 행동 신경과학’ 4월 27일 자에 실렸다.
언스플래쉬 제공
초저주파는 폭풍 같은 자연적 요인이나 교통 흐름 같은 인위적 요인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일부 동물은 이를 통신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저주파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초저주파는 환기 시스템, 교통 수단, 산업용 기계 근처 등 일상 환경 어디서나 존재한다.
연구팀은 건강한 남녀 36명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차분하거나 불안감을 주는 음악이 흐르는 방에 혼자 앉아 있게 했다. 이어 이 중 절반의 참가자에게 숨겨진 서브우퍼 스피커로 18㎐의 초저주파를 들려줬다. 실험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자기 감정 상태, 음악에 대한 정서적 평가, 초저주파의 존재 여부를 설문조사하고 실험 전후로 타액을 채취해 분석했다.
그 결과, 초저주파를 들은 참가자들의 타액에서 코르티솔 수치가 훨씬 높게 나왔다. 또 이들은 실험 중 갑작스러운 짜증과 함께 실험에 대한 흥미도가 떨어진 것을 느꼈고, 들은 음악들이 평소보다 더 슬프게 느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자기가 초저주파를 들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이는 우리가 초저주파를 청각 시스템으로 듣지는 못하더라도 신체는 반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짜증의 증가와 코르티솔 수치 상승은 밀접한 상관 관계가 있는데,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상적인 반응으로 코르티솔이 상승한다.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지는 것은 경계 상태를 유도해 즉각적인 스트레스 요인에 신체가 대응하도록 돕는 것으로 대표적인 진화론적 적응 반응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초저주파 노출은 이런 상관관계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두 결과에 모두 영향을 미쳤다. 더군다나 코르티솔이 장기적으로 많이 분비되면 다양한 생리적 질환을 유발하고 정신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
언스플래쉬 제공
유령이 나온다고 알려진 건물을 방문했다고 가정할 경우 갑자기 기분이 변하고 초조해지지만 눈에 보이거나 귀에 들리는 이상 현상은 전혀 없다. 오래된 건물, 특히 지하실의 노후된 파이프나 건물의 환기 시스템에서 초저주파 진동을 만들기 쉽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래서 만약 건물에서 유령 같은 초자연적 현상이 관찰된다고 하면 실제로는 초저주파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로드니 슈말츠 맥이완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사람이 초저주파에 노출되면 코르티솔 수치와 신경과민 정도가 상승해 스트레스 및 짜증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것이 이른바 ‘귀신이 나오는’ 장소들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된다”며 “이번 연구는 초저주파가 눈에 보이거나 들리는 것 없이 실제적이고 측정 가능한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흥미롭다”고 밝혔다. 슈말츠 교수는 “지하실이나 오래된 건물에서 설명할 수 없는 불쾌함을 느낀다면 그것이 유령이 아니라 진동하는 파이프 때문일 수도 있음을 기억하라”고 덧붙였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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