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 핵시설’ 논란…“다 알려진 정보” vs “장관이 말해 문제” [외안대전]

이주원 기자
수정 2026-04-28 09:00
입력 2026-04-28 09:00

공개정보로 언급된 구성 정황…“새 정보 아냐”
“정보보다 발언 주체 중요”…장관 언급은 비밀 확인
대북 정보공유 이상설 파장…한미 신뢰 회복 과제로

정동영 장관, 박인준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 예방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 수운회관에서 박인준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을 예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안보는 총성 없는 전쟁터라고 합니다. 겉으로 나타난 결과 뒤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치열한 협상과 복잡한 선택들이 국가의 생존을 결정합니다. ‘외안대전’(외교안보 대신 전해드립니다)에서는 매주 생생한 외교·안보 현장을 쫒아 뒷이야기를 전합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이슈를 알기 쉽게 풀어 전하겠습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 핵시설’ 발언 논란이 뜨겁습니다. 논란의 발단은 정 장관이 지난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북한 구성 지역을 언급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미국이 해당 발언의 배경을 통일부에 문의한 뒤 이달 초부터 일부 대북 감시정보 공유를 제한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커졌습니다. 야권은 한미 간 신뢰 훼손 우려를 제기했고 정 장관은 “국내외 관계정보기관으로부터 관련 정보보고를 받은 적이 없으며 공개 정보에 근거한 발언”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실제 구성 관련 정보가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를 비롯한 민간 연구기관들은 과거 상업위성 분석 등을 토대로 구성 일대 핵 관련 정황을 다룬 바 있습니다. 북한 핵·미사일 시설 활동에 대한 공개 분석은 국내외적으로 이미 ‘정설’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입니다.

활용도 커진 공개정보…“다 아는데 무슨 기밀이냐?”28일 군에 따르면 공개정보(OSINT)란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 출처로부터 수집한 정보를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스파이나 도청, 감청 등 비밀 수단이 첩보의 핵심이었으나, 현대에 들어서는 민간 상업위성과 인터넷, 소셜미디어(SNS) 등의 발달로 공개정보의 비중이 비약적으로 커졌습니다.

공개 정보의 수준도 과거와는 달라졌습니다. 상업위성 해상도가 높아지고 인공지능(AI) 기반 영상 분석이 발전하면서 과거 군 정찰 자산 전유물들이 민간 분석으로도 분석이 가능해졌습니다. 북한의 군사 시설 증축 흔적이나 차량 이동, 발사 준비, 열병식 준비 동향 등은 공개 위성사진과 오픈소스 분석만으로도 일정 수준의 추적이 가능합니다.



플래닛 랩스가 지난해 2월 북한 라진항 부두를 촬영한 위성사진에 길이 115m의 대형 선박(노란색 원 안)이 포착됐다.미국의 소리(VOA) 홈페이지 캡처


대표적으로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 CSIS 비욘드패럴렐 등 민간기관들은 상업위성을 분석해 북한의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 동향을 계속 분석해 왔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민간 위성업체와 분석가들이 러시아 병력 이동과 공격 징후를 포착한 사례도 있습니다. 여기에 당국자의 언급, 학술 자료 등도 신뢰성 있는 자료로 평가됩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구성도 역시 공개 정보로 확인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최근에만 해도 구성 용덕동 내 핵시설에 새 구조물이 포착된 사실이 민간 위성사진으로 포착됐습니다.

때문에 미국이 이를 문제삼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전직 한 통일부 장관은 통화에서 “구성에 핵 시설이 있다는 것은 10년 전부터 천하가 다 아는 얘기”라며 “그걸 언급했다고 해서 문제를 삼는 것은 과도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핵심은 ‘누가 말하느냐’가 문제다만 공개 정보라고 해서 민감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옵니다. 정보 내용 자체보다 누가, 어떤 맥락에서 이를 언급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민간 연구자나 전문가의 추정은 정부 관계자의 언급에 비해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 장관 발언은 단순 소개가 아니라 사실상 ‘공식 확인’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구성은 그동안 대외적으로 알려졌어도 정보 당국이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습니다. 군에서 한미 정보를 다뤘던 한 예비역 장교는 “공개 정보가 있더라도 비밀 취급이 가능한 ‘장관’의 발언은 보안이 요구되는 양국의 정보분석과 평가 결과를 공식적으로 시인하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순방 관련 브리핑 하는 안보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3일 베트남 하노이 한 호텔의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빈방문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하노이 연합뉴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3일 구성 핵시설이 ‘연합비밀’에 해당한다며 기밀성을 인정했습니다. 미측이 만약 연합비밀를 유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군 정보는 공개정보 뿐만 아니라 수십년 간 축적된 신호정보·인적정보 등을 종합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고해상도 민간 위성도 상당한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지만 핵심은 영상 자체보다 이를 해석하는 능력”이라며 “정보기관은 장기간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설 변화나 장비 움직임의 의미를 읽어내지만 민간 분석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미 해결 현안 많은데…“서둘러 신뢰 회복해야”정부 안팎에서는 미국의 이번 대북 정보 공유 중단이 정 장관의 발언 하나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란 얘기에 무게가 실립니다. 일각에서는 소위 ‘자주파’와 ‘동맹파’ 간의 내부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다른 한미 현안과 맞물린 미국의 경고성 신호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현재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위해 미국과 원자력 협정 개정 협상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번 한미 간 잡음으로 안보 분야 협상에도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냔 우려도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은 한국과 당분간 냉각기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국가안보실이 중심을 잡고 한미 당국 간 소통으로 빠른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외안대전


이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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