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넘는 무기력, 우울증 신호입니다”…일상이 무너진다면 확인해야 할 ‘우울증 구분법’ [진짜 명의에게 물어봐]

수정 2026-04-27 14:50
입력 2026-04-27 14:48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다운 교수 인터뷰

넘쳐나는 의학 정보 속에서 나에게 꼭 필요한 정답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진짜 명의에게 물어봐’는 분야별 최고 권위자를 직접 만나 질병의 근본 원인과 실질적인 해법을 과학적으로 짚어보는 연재 기획입니다. 단순한 치료법 안내를 넘어, 독자 여러분의 불안을 덜고 건강한 삶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명의의 깊은 통찰을 담아내겠습니다. 이 연재가 여러분의 소중한 일상을 지키는 든든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평소 앓고 있는 질환이나 건강에 대해 명의에게 직접 묻고 싶은 점이 있다면 아래 댓글로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여러분의 질문을 바탕으로 다음 연재를 준비하겠습니다.




국내 우울증 환자가 최근 110만 명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민 10명 중 4명이 우울감을 호소하고, 우울증 유병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에 올라섰다. 그러나 정작 치료를 받는 비율은 10%대에 머물러 ‘마음의 병’이 방치되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신다운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7일 공개된 서울신문 유튜브 채널 ‘진짜 명의에게 물어봐’에 출연해 “과로와 직장 스트레스, 대인관계의 어려움이 쌓이면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다”며 “우울하거나 무기력한 상태가 2주 이상 지속되고 식욕·수면 등 일상에 지장이 생긴다면, 우울증이라고 진단한다”고 설명했다.

우울증은 ‘누적된 스트레스’에서 시작된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다운 교수


신 교수는 단순한 우울감과 병적인 우울증을 가르는 핵심 기준으로 ‘시간이 흘러도 회복되지 않고 일상이 무너지는지’를 꼽았다.



우울증의 원인은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는 “선천적인 유전자, 타고난 성격, 살아오며 경험한 사회적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우울증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우울증이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병’이라는 통념에 대해 “오히려 마음이 착해서 생기는 병”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일상에서 겪는 가벼운 우울감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가라앉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병적인 우울감은 시간이 갈수록 회복되기는커녕 오히려 수렁에 빠져드는 느낌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연령별로 다른 ‘우울의 얼굴’
기사 관련 AI 생성 이미지


신 교수는 우울증의 신호가 연령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다.

청소년과 청년층은 ‘우울하다’고 직접 말하기보다 짜증이나 분노로 감정을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신 교수는 “요즘 아이들 말로는 ‘짜증 나’, ‘킹받아’와 같은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직장과 사회생활에서 스트레스가 쏟아지는 30~50대는 감정을 비교적 직접 털어놓는다. ‘우울해요’, ‘기력이 없어요’라고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60대 이후에는 양상이 또 달라진다. 우울감이 소화불량, 두통, 가슴 열감 같은 신체 증상이나 기억력 감퇴로 위장해 찾아온다. 이 때문에 자연스러운 노화나 다른 질환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갱년기 증상과의 구분도 만만치 않다. 갱년기에는 짜증과 예민함, 열감, 불면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우울증 증상과 상당 부분 겹친다. 게다가 갱년기 자체가 우울증에 취약해지는 길목이어서 경계가 흐릿하다.

“혼자 견디지 말라”… 치료 문턱 낮추기가 관건한국의 우울증 치료 접근성은 유병률과 정반대 자리에 놓여 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은 10%대에 그친다. 미국은 물론 유럽 주요국과 비교해도 현격히 낮다. 전문가들은 정신과 기록이 남을까 두려워하는 사회적 낙인이 여전히 치료의 문턱을 높이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신 교수 역시 이런 편견을 경계했다. 그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는 특별한 사람만 받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필요할 때 찾을 수 있는 의료 서비스”라며 “치료는 감정을 억누르는 작업이 아니라 일상을 되찾고 삶의 균형을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울감이 오래 지속되거나 일상 유지가 어려워졌다면 혼자 견디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글 김세렴 기자
영상 김형우·김종선·김세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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