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 쫓으려 벽에 돼지피 60만톤” 中 자금성 ‘귀신 출몰’ 괴담…반전 밝혀져

김성은 기자
김성은 기자
수정 2026-04-26 21:58
입력 2026-04-26 18:01
중국 자금성 벽을 보수하는 작업자의 모습.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


중국 베이징 자금성이 매년 ‘악귀’를 쫓기 위해 60만t의 돼지피를 벽에 칠한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돼지피가 쓰인 것은 맞지만 목재를 보호하는 접착제 성분으로 사용됐을 뿐, 귀신과는 무관한 과학적 건축 기법이라는 설명이다.

20년간 자금성을 연구한 고대 건축 전문가 저우첸 연구원은 최근 출간한 ‘자금성의 지붕 아래 앉아서: 자금성에 관한 50가지 질문에 답하다’에서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6일 전했다.


저우 연구원은 책에서 “목재 구조물이나 벽 바깥에 칠하는 혼합물을 ‘디장층’이라 부르는데, 실제로 돼지피가 들어간다”며 “하지만 악귀를 쫓기 위한 게 아니라 접착제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돼지피는 벽돌재, 동유, 삼 같은 재료와 섞여 일종의 코팅제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 혼합물을 나무 표면에 바르면 햇볕과 비바람, 벌레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저우 연구원은 “돼지피 덕분에 이 코팅층이 더 단단하게 붙고 오래 간다”며 “옛 장인들이 만든 과학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경산에서 바라본 자금성 전경


인부들은 이 층 위에 붉은색을 칠하거나 그림을 그린다. 명나라 시대(1366~1644년)부터 사용된 전통 기법이다.

자금성은 베이징 중심부에 자리한 황궁이다. 1420년부터 20세기 초까지 500년 넘게 황제의 거처이자 중국 정치 권력의 중심지였다.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황궁 건축물이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1800만명이 다녀갔다. 전년의 1760만명보다 늘어난 수치다.

돼지피 소문은 자금성에 얽힌 민간 전설에서 비롯됐다. 과거 수많은 관료와 왕족, 하인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으면서 궁궐에 귀신이 출몰한다는 이야기가 퍼진 것이다.

1992년 여름, 폭우가 쏟아지고 번개가 치던 날에는 많은 관람객이 붉은 벽 앞을 지나가는 궁녀 무리를 봤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벽 페인트에 들어간 산화철 성분 때문에 착시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지만 대중은 이 설명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궁궐 한쪽 구석에 있는 작은 우물 ‘진비정’에도 괴담이 전해진다. 1900년 서태후의 명령으로 진비가 이 우물에 빠져 죽었는데, 그 뒤로 우물에서 여인이 올라오거나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우물은 현재 철창으로 덮여 있다.

자금성은 매일 오후 5시에 문을 닫는다. 예상보다 이른 시간이라 저녁에 귀신이 나타나서 해지기 전에 사람들을 내보낸다는 추측이 나왔다.

자금성 측은 이 소문을 부인하며 관람객이 떠난 뒤 직원들이 전시품을 점검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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