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석유수출 막고 코인 동결…2차 협상 앞두고 ‘전방위 압박’

하승연 기자
수정 2026-04-25 09:38
입력 2026-04-25 09:38
중국 헝리그룹 정유소.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조만간 재개될 이란과의 종전 협상을 앞두고 전방위적인 자금줄 조이기에 나섰다. 석유 수출을 차단하고 가상화폐 계좌를 동결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한편, 미국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수용하도록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 재무부와 국무부는 이란산 석유의 최대 고객 중 하나인 중국의 정유 대기업 ‘헝리그룹’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헝리그룹을 비롯한 중국 정유사들이 제재 대상인 이란산 석유를 수입함으로써 이란군에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중국 동북부 다롄에 있는 헝리그룹은 하루 약 40만 배럴의 원유 처리 역량을 갖춘 곳으로, 중국 내 개별 민간 정유사인 이른바 ‘티팟(teapot)’ 중 최대 규모다. 이와 함께 재무부는 제재를 피해 이란산 석유를 운반해 온 이른바 ‘그림자 선단’ 소속 해운사 또는 선박 40여 곳도 함께 제재했다.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거래가 전면 차단된다. 특히 이들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법인은 물론, 이들과 자금·물품을 거래하는 기관까지 제재받는 강력한 조치가 적용된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및 이란산 석유 구매를 일시 허용했던 제재 면제 조치를 더 이상 갱신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2025.10.31 연합뉴스


베선트 장관은 “우리는 (이란 해상을) 봉쇄하고 있고, 석유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며 “2~3일 안에 그들은 (원유) 생산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이는 그들의 유전에 매우 나쁜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 부문의 압박도 거세다. 재무부는 이란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3억 4400만 달러(약 5000억 원) 규모의 가상화폐를 동결했다. 이번 조치는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의 협조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베선트 장관은 “테헤란(이란 정부)이 자금을 만들어 본국으로 송금하는 능력을 체계적으로 무력화하고, 정권과 연결된 모든 금융 생명선을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이란의 핵 야망을 억제하고 중동 내 공격성을 약화하기 위한 ‘경제적 분노(Economic Fury)’ 작전의 일환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란의 석유 유통 네트워크(선박, 중개인, 구매자)를 지속해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발표가 내달 중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란산 원유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중국을 압박함으로써, 이란 협상과 대중국 외교에서 동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90% 이상을 구매해왔다”며 “이는 중국 에너지 수요의 약 8%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하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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