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팬데믹 막아라”…베일에 싸인 코로나바이러스 새 통로 발견 [달콤한 사이언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4-26 14:00
입력 2026-04-26 14:00


2019년 연말 중국 우한 지역에서 시작돼 3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인을 공포에 빠뜨렸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 케임브리지대 의대 병리학과, 켐리-웰컴 트러스트 연구소, 요크대 의생명 연구소,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의대 감염병학과, 케냐 로이사바 보호구역, 나이로비 국립박물관 동물과 공동 연구팀은 여러 코로나바이러스 중 박쥐 알파코로나바이러스의 일부 하위 그룹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세포 게이트웨이를 이용해 인간 세포에 진입, 감염할 수 있다고 26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 4월 23일 자에 실렸다.


인간 감염병의 60~75%가 동물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인수공통감염은 국제 보건 이슈의 핵심 과제가 됐다. 더군다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동물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는지 파악하는 데 관심이 집중됐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숙주 세포 수용체 사이 상호작용으로 인간 체내로 진입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6개의 수용체가 확인됐지만 대부분은 코로나19 바이러스나 메르스 바이러스 같은 베타코로나바이러스에 집중됐다. 반면 주로 박쥐들 사이에서 유행하며 다양성이 큰 알파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었다.

케냐의 하트코박쥐에서 처음 분리된 코로나바이러스에서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수용체를 통해


이에 연구팀은 계산 과학적 접근법을 사용해 알려진 알파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적 다양성을 대표하는 스파이크 단백질 40종 패널을 선별했다. 이 스파이크 단백질들은 실험실에서 안전하게 다룰 수 있고 감염성이 없는 가상의 바이러스에 삽입돼 다양한 종의 코로나바이러스 수용체 라이브러리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그 결과, 박쥐 유래 알파코로나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 대다수는 기존에 확인된 수용체들을 전혀 사용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케냐에 서식하는 하트코박쥐(heart-nosed bat)에서 처음 분리된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하나가 기존 수용체와 무관하게 인간 세포에 쉽게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인간 세포 표면 단백질에 대한 대규모 스크리닝 결과 진입 수용체는 ‘CEACAM6’로 식별됐다. ‘CEACAM6’는 주로 폐의 상피세포나 위장관 등에서 발현되는 당단백질이다. 아프리카와 유라시아 일부 지역에서 발견된 관련 바이러스들도 이와 유사한 수용체를 통해 체내에 쉽게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박쥐를 포집한 인근 지역 주민들의 혈액 검사를 한 결과 현재까지 박쥐 알파코로나바이러스의 인간 감염에 대한 강력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그동안 연구가 부족했던 알파코로나바이러스 그룹의 팬데믹 위험 평가 범위를 넓혀줄 것으로 보인다.

연구를 이끈 달란 배일리 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 박사는 “이번 발견은 알파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 체내에서 발현되는 수용체와 쉽게 결합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실제 감염병이 발생하기 전 잠재적인 인수공통감염 사건을 먼저 계산하고 실험적으로 증명하는 사전 감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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