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중국 배울 점 많아” CATL 회장과 회동…현대차 ‘겸손’과 ‘혁신’으로 中 마음 잡을까

하종훈 기자
수정 2026-04-24 17:52
입력 2026-04-24 16:13
무뇨스 등 현대차 경영진 베이징 총출동
현지 전략 점검·파트너사와 협력 재확인
황금빛 ‘아이오닉’ 中 시장 특성 살려
박민우 “중국 기술 우수” 자율주행 탄력
모베드 시연 등으로 모빌리티 비전 과시
현대차그룹 제공
24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중국국제전람중심 순의관. ‘오토차이나 2026’(베이징 국제 모터쇼)를 맞이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화두는 ‘겸손’과 ‘혁신’이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자율주행·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의 성지로 거듭난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대차그룹 경영진이 총출동해서다. 현장에서 만난 현대차 관계자들은 “중국의 속도와 기술력에서 배우고 있다”며 몸을 낮췄지만, 베일을 벗은 신차 ‘아이오닉 V’ 앞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현대차 보도발표회가 열린 부스는 행사 시작 전부터 발 디딜 틈 없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서강현 현대차 기획조정담당 사장, 만프레드 하러 R&D본부장 사장 등 그룹의 핵심 경영진이 전면에 나섰다. 특히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CATL의 쩡위친 회장이 직접 부스를 찾아 장 부회장과 긴밀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현대차의 현지 협력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장 부회장은 쩡 회장에게 “중국에 많이 배우고 있다”며 한층 깊은 파트너십을 제안하며 실리를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장 부회장은 기자들에게 “중국은 많이 배우고 많이 얻어야 할 시장”이라면서 “기술적으로 전동화, 스마트화는 이미 (세계적으로) 보편화됐는데 그 안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기술적 포인트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발표한 것처럼 아이오닉 브랜드를 중국에 어떻게 전개할지, 또 어떻게 달라질지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지 관람객들의 환호성과 함께 공개된 ‘아이오닉 V’는 현대차가 중국 시장을 탈환하기 위해 준비한 강력한 병기였다. 지난 10일 공개됐던 ‘비너스 콘셉트’의 양산형 모델인 이 차는 차명부터 황금빛 외장 색상까지 철저하게 중국 고객의 취향을 반영했다.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인 ‘디 오리진’이 적용된 외관은 공격적인 후드 라인과 날카로운 엣지 라이팅을 통해 존재감을 뽐냈다.
차량 내부로 들어서면 현대차가 강조한 ‘현지 최적화’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전장 4900㎜, 휠베이스 2900㎜에 달하는 넉넉한 차체는 뒷좌석 공간을 중요시하는 중국 시장의 특성을 완벽히 공략했다. 여기에 중국 자율주행 전문 기업 ‘모멘타’와 협업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CATL의 배터리 기술이 결합돼, 1회 충전 시 CLTC 기준 600㎞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박민우 AVP본부장 사장은 “엔비디아 시절부터 중국 기술의 우수성을 잘 알고 있었다”며 “아이오닉 V에 탑재된 기술은 현대차의 자율주행 내재화 여정에서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영진들은 이번 모터쇼를 중국 시장 반등의 변곡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무뇨스 사장은 “중국은 단순한 판매처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생태계를 갖춘 곳”이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반드시 중국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이번 아이오닉 V 출시를 기점으로 향후 5년간 중국 시장에 총 20종의 신차를 투입하는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내년 상반기 신규 전동화 SUV 모델을 추가하고,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등 다양한 라인업을 중·대형급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공급망 현지화와 딜러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중국을 위한 완전한 현지화’를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베이징 하종훈 기자
부스 한편에는 현대차그룹의 첨단 로보틱스 기술이 집약된 이동형 플랫폼 ‘모베드(MobED)’가 배치돼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간이 골프장으로 꾸며진 시연 공간에서 모베드는 무거운 골프백을 싣고도 흔들림 없이 부드럽게 필드를 누비는 모습을 연출했다. 모베드는 4개의 바퀴에 달린 편심 메커니즘을 통해 복잡한 요철이나 경사로에서도 차체의 수평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히 짐을 옮기는 로봇을 넘어, 미래 도심 물류나 고정밀 촬영, 의료 기기 등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한 모베드의 시연은 현대차가 지향하는 ‘로보틱스 기반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며 현장의 흥미를 더했다.
“중국에서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장 부회장의 말처럼, 현대차는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서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가장 낮은 자세로 대륙의 심장을 다시 두드리고 있었다. 황금빛 아이오닉 V가 내뿜는 광채는 단순한 화려함이 아닌, 다시 한번 세계 최대 시장에서 도약하겠다는 현대차의 절실한 다짐으로 보였다.
베이징 하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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