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 터전에 세운 4만 개의 시추공…“북극 보호 필요성” [사이언스 브런치]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4-25 14:00
입력 2026-04-25 14:00


지구 온난화가 가속하는 가운데 북극은 전 세계 평균보다 4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는 기후 변화의 최전선이다. 얼어있던 곳이 녹아내리면서 그동안 발견되지 않았던 석유 및 가스 자원을 채굴하기 쉬워지면서 화석 연료 개발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이런 영향을 줄이기 위해 지역 사회의 야생 동물, 생태계 간 관계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파도바대 토목·환경·건축공학과, 비영리 NGO 엔김,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 지리학과, 라이프니츠 사회·우주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다양한 공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처음으로 ‘북극 석유 및 가스 지도’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에 발표한 지도는 북극 화석 연료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화석 연료가 묻힌 장소가 원주민 공동체이거나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과 상당 부분 중첩돼 있는 만큼 개발에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 4월 23일 자에 실렸다.


북극 지역의 석유·가스 자원 및 보호구역 지도.

플로스 원 제공


각종 데이터베이스를 통한 분석 결과, 북극 전역에서 4만 4000개 이상의 시추공, 약 4만 ㎞의 파이프라인, 200만㎞에 달하는 탄성파 탐사선(seismic lines)을 확인했다. 현재 개발 중인 북극 영토는 51만 2000㎢를 넘고 이는 스페인이나 태국의 전체 국토 면적과 맞먹는 규모다. 이 면적의 7% 이상이 생태 보호 구역과 겹치며, 13% 이상은 북극 3대 핵심 생물종인 북극곰, 흰부리아비(yellow-billed loons), 순록(caribou)의 서식지와 중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개발 영토의 73%가 원주민 영토와 겹친다는 점이다. 이는 알래스카 노스 슬로프와 러시아 야말 반도처럼 개발이 집중된 지역에서 생태적 파괴와 사회적 갈등 가능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제안된 ‘북극 화석연료 비확산 지구’ 선언에 강력한 근거를 제공한다. 연구팀은 향후 북극 화석 연료 추출에 관한 의사 결정 시 원주민의 관점을 포함하고 지역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이끈 마시모 드 마치 이탈리아 파도바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추출 지역과 생태적·문화적 우선순위가 겹치는 지점을 파악하는 것은 화석 연료를 ‘언제’ 그만 써야 하는지뿐만 아니라 ‘어디를’ 파지 말아야 하는지를 정의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북극은 화석 연료를 땅속에 묻어두어야 할 최우선 지역 중 하나가 될 것이며, 이번 연구 결과는 북극 화석연료 비확산 지구 지지 주장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공간적 증거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기후 온난화로 북극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다.

미국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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