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국서 ‘아이오닉V’ 첫 공개…1.5조 투자·기술 동맹으로 대륙 재공략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수정 2026-04-24 14:18
입력 2026-04-24 12:02

CATL 배터리·모멘타 자율주행 탑재
80억 위안 투자해 中혁신 생태계 노려
깜깜이 가격 없앤 ‘원 프라이스’
전담 큐레이터 도입 등 판매·서비스 혁신
베이징현대 연간 50만대 판매 목표

24일 중국 베이징 중국국제전람중심 순의관에서 공개된 ‘아이오닉 V’.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대 전기차 격전지인 중국에서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 V’를 공식 출시하며 대반격의 서막을 알렸다. 중국의 배터리·자율주행 선두 기업들과 손잡고 ‘중국보다 더 중국다운’ 현지화 전략으로 10년 전 위상을 되찾겠다는 승부수로 평가된다.

현대차는 2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중국국제전람중심 순의관에서 열린 ‘오토차이나 2026’(베이징 국제 모터쇼)에서 중국 전략형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V’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지난 10일 선보인 ‘비너스 콘셉트’의 양산형 모델인 아이오닉 V는 현대차의 전동화 노하우와 중국의 최첨단 IT 생태계가 결합된 첫 번째 결과물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합자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그룹과 함께 베이징현대에 80억 위안(한화 약 1조 5500억원)을 공동 투자했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의 혁신 산업 생태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체계 구축에 나선다.


중국 IT로 ‘현지 최적화’… 주행거리 600㎞ 달성아이오닉 V는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철저히 중국 시장에 맞췄다. 현대차는 합자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BAIC)와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고,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의 최신 배터리를 탑재했다.이를 통해 중국 인증(CLTC) 기준 1회 충전 시 600㎞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하며 중국 소비자들의 ‘주행거리 불안’을 해소했다.

지능형 주행 기술 역시 현지 최고 수준이다. 중국 자율주행 전문 기업 ‘모멘타’와 협업해 현지 복잡한 도로 환경에 최적화된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ADAS)을 적용했다. 실내에는 퀄컴 스냅드래곤 8295 칩셋과 27인치 4K 대형 디스플레이,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스마트 AI를 탑재해 스마트폰에 익숙한 중국 젊은 층을 공략한다.

“흥정 없는 신뢰”... 판매·서비스의 파괴적 혁신차량 성능만큼이나 파격적인 것은 판매 방식의 대전환이다. 현대차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고질적 폐단인 ‘고무줄 가격’을 타파하기 위해 전국 동일가 정책인 ‘원 프라이스’(One Price)를 전면 도입한다.딜러마다 천차만별인 가격 구조를 투명화해 브랜드 신뢰도를 제고하겠다는 복안이다.



사후 관리 또한 테크 기업 수준으로 격상된다. 주요 도시에 아이오닉만의 독립 브랜드 거점을 구축하고, 구매부터 유지 관리까지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하는 ‘아이오닉 전담 스페셜리스트’ 제도를 운영한다.이는 테슬라나 샤오미 등 신흥 강자들이 주도하는 소비자 경험을 벤치마킹하는 동시에, 현대차만의 세밀한 서비스 노하우를 결합한 것이다.

강렬한 디자인과 동급 최고 공간성 ‘럭셔리’ 지향...中시장 회복 버팀목외관은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인 ‘디 오리진’에 따라 직선미와 미래지향적 감성을 조화시켰다.전장 4900㎜, 축간거리 2900㎜의 넉넉한 차체는 2열 레그룸 1019㎜를 확보해 동급 최고 수준의 거주성을 구현했다.현대차 최초의 전동식 에어벤트와 크리스탈 무드램프, 돌비 애트모스 음향 시스템 등은 ‘럭셔리 EV’로서의 정체성을 부각한다.

현대자동차가 24일 중국국제전람중심 순의관에서 열린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에서 공개한 ‘아이오닉 V’의 내부.


현대차가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 사활을 건 배경에는 벼랑 끝까지 밀려난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 전인 2016년 중국 시장에서 승용차 합산 179만 2021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7.5%로 시장의 ‘메이저 플레이어’였지만, 이후 중국 토종 업체의 무서운 성장 등과 맞물려 현대차·기아의 합산 판매량은 20만 3012대, 점유율은 0.9%를 기록했다.현대차 단독 실적만 놓고 보면 2016년 114만 2016대(점유율 4.8%)에서 지난해 12만 5127대 판매로 점유율이 0.6%에 불과했다. 10년 가까이 이어온 하락 곡선을 멈추고, 다시 50만 대 고지를 탈환하겠다는 현대차의 목표가 단순한 희망 사항을 넘어 ‘생존’의 문제로 직결되는 이유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중국은 고도화된 혁신 생태계를 갖춘 필수적인 시장”이라며 “베이징현대의 연간 50만 대 판매를 목표로 향후 5년간 20종의 신규 모델을 투입해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라는 기조 아래 모빌리티의 미래를 정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펑강 베이징현대 총경리는 “아이오닉 V는 중국 시장에 대한 현대차의 깊은 존중과 약속을 의미한다”며 “글로벌 전동화 리더십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전동화 SUV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추가로 선보이며 대형급까지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번 모터쇼 현장에서는 아이오닉 V를 비롯해 총 9대의 차량과 차세대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 2종을 전시하며 현대차의 미래 기술력을 과시한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중국은 가장 어려운 시장이지만 꼭 여기서 다시 한번 재기해서 성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베이징 하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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