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삶은 계속된다”… 자카르타서 만나는 제주 4·3·해녀 이야기

강동삼 기자
수정 2026-04-24 11:45
입력 2026-04-24 11:45
5월 12~18일 자카르타 ‘KOREA360’서
‘기억의 섬, 삶의 바다-제주’ 기획 전시
제주 자연 배경 포토존·해녀복 체험도
상처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작별하지 않는다.
제주의 가장 깊은 상처 제주4·3과 거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가장 강인한 삶을 사는 해녀의 이야기가 세계 무대에 오른다.
제주도와 주인도네시아한국문화원은 오는 5월 12일부터 18일까지 자카르타 ‘KOREA360’에서 공동 기획 전시 ‘기억의 섬, 삶의 바다-제주’를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제주4·3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제주해녀 문화의 인류무형문화유산 가치를 함께 조명하며, 제주의 역사와 공동체가 지닌 보편적 의미를 세계와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시는 크게 두 개의 흐름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제주4·3을 다룬 ‘기억의 공간’, 다른 하나는 해녀의 삶을 조명한 ‘삶의 공간’이다.
‘기억의 공간’에서는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이어진 제주4·3의 전개 과정과 이후 진실 규명, 명예 회복, 화해의 여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군법회의 수형인 기록과 유족 증언, 시민사회의 진상규명 운동 자료 등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핵심 기록들이 중심을 이룬다. 특히 ‘형무소에서 온 엽서’ 복본과 증언 영상은 개인의 삶 속에 스며든 국가폭력의 흔적을 생생하게 전한다. 단순한 과거사가 아닌, 해결과 치유의 사례로서 제주4·3을 재조명하는 지점이다.
이어지는 ‘삶의 공간’은 전혀 다른 결의 이야기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깊은 울림을 남긴다.
해녀들은 산소통 없이 바다에 몸을 던지며 생계를 이어온 여성 공동체다. 전시는 ‘삶과 바다’, ‘공동체의 전승’,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해녀 문화를 풀어낸다. 물질 작업의 고단함뿐 아니라, 서로를 의지하는 협업 구조,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생업 방식이 사진과 영상, 실물 자료를 통해 입체적으로 전달된다.
특히 해녀들이 바다를 단순한 채취의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인식해 왔다는 점은, 오늘날 지속가능성과 공동체 회복이라는 세계적 화두와 맞닿는다. 개발과 경쟁 중심의 현대 사회에 던지는 조용하지만 강한 메시지다.
전시 개막일에는 보다 생생한 이야기가 관람객을 만난다. 제주4·3 유족과 해녀가 직접 참여하는 토크 프로그램 ‘제주의 이야기’가 마련돼 기록 너머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들려준다. 이어지는 리셉션에서는 제주 향토 음식을 활용한 K-푸드 체험이 진행돼 문화적 교류의 장을 넓힌다.
또한 전시기간 제주 자연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과 해녀복 체험 프로그램 등 관람객 참여형 콘텐츠도 운영된다. 단순히 ‘보는 전시’를 넘어 제주를 몸으로 느끼는 경험까지 확장한 구성이다.
김인영 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제주4·3은 아픈 역사이지만, 시민사회와 유족, 도민의 노력으로 진실을 밝히고 화해와 상생으로 나아간 사례다. 해녀 역시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방식으로 오늘날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이번 전시가 제주의 경험과 가치를 세계와 공유하고, 제주를 ‘평화와 공존의 섬’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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