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도 뇌는 지구를 기준으로 작동한다 [달콤한 사이언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4-24 14:31
입력 2026-04-24 14:00


이달 초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아르테미스Ⅱ호를 발사했다. 반세기 만에 인간이 달 궤도를 돌고 안전하게 귀환함으로써 달 착륙과 더 나아가 화성 탐사까지 진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우주는 미세중력 등으로 지구와는 전혀 다른 생활 환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벨기에 루뱅 가톨릭대, 스페인 에케르바스크 과학재단 공동 연구팀은 우주비행사들이 중력이 있는 환경인 지구와 중력이 약한 우주 환경을 오갈 때 악력을 어떻게 적응하는지에 주목하고 분석한 결과 뇌는 지구 환경을 기억하고 우주에서도 반응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학 분야 국제 학술지 ‘신경과학 저널’ 4월 21일 자에 실렸다.


중력이 있는 지구에서 사람들은 물건이 떨어지지 않도록 움켜쥐지만 우주에서는 이 과정이 달라진다. 우주에서는 물건을 잡고 있다가 놓으면 중력이 없기 때문에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주에서도 물건을 움직일 때 손의 움켜쥐기가 안정적이지 않으면 관성으로 물건이 여기저기 제 멋대로 떠다닐 수 있다.

사람의 뇌는 물리적 환경이 바뀌더라도 기존 안전 우선 예측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중력이 없는 우주공간에서도 한동안 중력이 있는 지구에서처럼 행동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연구팀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무는 승무원들의 움직임을 관찰한 결과 중력이 없는 환경에서 수개월 동안 머문 후에도 중력은 뇌에 지속적인 각인을 남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주비행사들은 우주 공간에서 물건을 잡을 때 과도한 힘을 주는 과잉 보상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비행사들의 뇌가 중력을 가정하고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런 과잉 보상은 우주비행사들이 물체를 움직일 때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지구로 귀환한 직후에도 우주비행사들은 미세 중력 상황을 예측하고 물체를 잡고 조작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악력을 조정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인간의 뇌는 서로 다른 중력 환경에 점진적으로 적응하며 악력의 세기를 조절하는 제어 전략이 사고 발생 위험에 대한 뇌의 예측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뇌는 외부 세계의 물리적 법칙을 모방한 내부 모델을 가지고 있다. 우주비행사가 무중력에서도 힘을 과하게 주거나 지구로 돌아온 뒤에도 중력을 고려하지 않고 물건을 쥐려 한 것도 소뇌에 저장된 지구 중력 모델이 즉각 업데이트되지 않아서다. 이는 뇌가 물리적 환경이 바뀌더라도 기존의 안전 우선 예측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끈 필립 르페브르 루뱅 가톨릭대 교수(의생명공학)는 “이번 연구로 우주에서 지점 간 이동 정확도, 물체 충돌 후 조정, 물체와의 피부 마찰에 근거한 조정 등을 연구해 우주 장비의 인간 공학적 설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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