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BJ는 ‘음지’에나 있으라고?” 과즙세연 ‘광고 취소’에 여성단체 “낙인이자 혐오”

김소라 기자
수정 2026-04-24 11:02
입력 2026-04-24 11:02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 “여성의 ‘급’ 구분 말라”
“‘양지’ 나오지 말라? 배제는 폭력이자 혐오”
시드물, ‘과즙세연 세트’ 출시했다 취소
여성들 “성 상품화 BJ 모델 기용은 부적절”
한 유명 화장품 브랜드가 유명 여성 BJ(인터넷 방송인) 과즙세연(25·본명 인세연)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여성 소비자들의 반발에 취소한 것을 둘러싸고 여성단체가 반대 성명을 냈다.
소비자들은 과즙세연이 인터넷 플랫폼에서 ‘성 상품화’를 하는 방송을 해왔다며 모델 기용 취소를 요구했는데, 여성 BJ는 ‘양지’로 나와선 안 된다는 주장이 배제이자 폭력이라는 게 여성단체의 입장이다.
24일 여성계에 따르면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한사성)는 전날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한 성명에서 “정상 여성만의 ‘양지’는 여성 해방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사성은 과즙세연의 광고 취소 사태에 대해 “‘음지’의 존재인 BJ 여성이 정상 사회에 나올 자격이 미달된다는 비난”이라며 “여성에게는 ‘급’이 있으며 스스로 성적 대상화되는 여성은 양지에 나올 급이 안 된다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양지’에 나올 자격 판단의 기준을 거부한다”며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과 그로 인한 차별과 혐오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정상 여성만의 ‘양지’는 여성 해방 아냐”한사성은 ‘양지에 나올 자격이 없는 여성’이라는 낙인이 성폭력 피해자에게도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한사성은 “사회는 문란한 여성이기 때문에 성폭력을 겪는다고 비난하고, 이 통념은 피해자의 사회적 지위를 깎아 ‘음지’에 머물러야 하는 존재로 취급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반성폭력 운동은 이같은 부당한 평가에 저항해왔다”면서 “어떤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혐오다. 스스로 성적 대상화되는 여성을 ‘행위자’로서 비난하고 사회에 있을 자리를 박탈하는 것은 유구한 폭력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2017년 설립된 한사성은 ‘딥페이크’와 같은 사이버 성폭력과 ‘N번방’ 등 온라인 성착취 카르텔 등에 대응해왔으며, 정책 제안과 피해자 상담 및 지원 등의 활동을 해왔다.
앞서 화장품 브랜드 ‘시드물’은 지난 19일 과즙세연이 직접 구매해 사용하며 유튜브에서 추천한 제품을 ‘과즙세연 4종 기획 세트’로 구성해 그를 내세워 홍보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주 고객층이 여성인 브랜드가 여성 성상품화로 돈을 버는 BJ를 모델로 기용한 건 부적절하다”며 반발했다.
일부 소비자들이 불매 운동 조짐까지 보이자 시드물은 지난 20일 해당 기획 세트의 판매를 종료했다. 그러면서 사과문을 내고 “기획 단계에서 저희가 지향하는 브랜드 가치와 맞지 않게 행동하고, 검색하고 확인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한사성의 이같은 성명에 여성들의 반응은 차갑다. 한사성의 SNS에는 “성폭력 피해자를 사회로 끌어내는 것과 성 상품화를 하는 BJ가 양지에서 활동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댓글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 여성 BJ가 출연해 성적인 발언을 하는 것이 음지의 양지화”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이런 BJ들이 양지에 나오기 시작하면 청소년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나. 자신의 성을 상품화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확산될까 걱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9년 방송 시작…유튜브 구독자 35만명
방시혁과 LA 번화가 걷다가 포착돼 유명세과즙세연은 2019년 아프리카TV(현 ‘숲’)에서 인터넷 방송을 시작해 현재 유튜브 구독자 35만명, 인스타그램 팔로워 31만명 등을 보유한 인플루언서다.
특히 2024년 8월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스의 번화가를 함께 걷고 방 의장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이 화제가 돼 인터넷 방송에 관심없는 사람들 사이에서까지 유명세를 얻었다.
과즙세연이 이른바 ‘앙지’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여성들이 반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24년 그가 유명세를 얻은 뒤 코미디언 이수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과즙세연을 출연시키고 예고편을 공개했는데, 이를 본 구독자들의 반발로 본 영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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