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첫 단추 국가가 함께 끼운다…18세 청년에 첫 보험료 지원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수정 2026-04-23 19:30
입력 2026-04-23 19:30

2027년 시행, 2009년생부터 수혜
취업 후 추납하면 가입 기간 9년 추가 확보
강남 3구 18세 가입률 10.6%…전국 평균 3배

서울신문 DB


학업과 군 복무, 늦어지는 취업으로 노후 준비의 출발선에 서지 못했던 청년들을 위해 국가가 생애 첫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에 나선다. 부모의 정보력과 경제력에 따라 10대 시절부터 벌어지는 연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가 마련됐다.

보건복지부는 18세 청년의 연금보험료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동작 빠른 사람만 혜택을 보는 게 정의로운가. 모두에게 똑같이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던 국정과제의 후속 조치다.


새 제도는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실질적인 수혜 대상은 2027년에 18세가 되는 2009년생부터다. 소급 적용은 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2009년생을 기점으로 이후 세대가 순차적으로 지원 대상에 편입된다. 제도를 뒤늦게 알게 될 청년들을 고려해 26세가 될 때까지 신청 기간을 넉넉히 보장한다.

지원 내용은 ‘가입 이력’ 생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납부 이력이 없는 18~26세 청년이 신청하면 국가가 첫 1개월분 보험료(약 4만 2000원)를 대신 내주며, 이미 이력이 있는 경우에는 가입 기간 1개월을 추가로 인정한다. 지원받으려면 국민연금공단 지사나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직접 신청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단 한 번이라도 보험료를 낸 기록이 있어야만 추후 경제적 여력이 생겼을 때 과거의 공백기를 채워 넣는 ‘추후 납부(추납)’가 가능하다. 원칙적으로 소득이 없는 18~26세 청년은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니지만 본인 희망에 따라 ‘임의가입’ 후 보험료를 한 차례만 내두면 나중에 취업 후 27세가 됐을 때 최대 9년의 가입 기간을 소급해 확보할 수 있다. 그동안 일부 가정에서는 이 점을 활용해 자녀가 18세가 되는 달에 보험료를 내고 곧바로 납부 유예를 신청해 ‘가입 이력’을 선점해 왔다.



실제로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18세 청년 국민연금 가입률은 10.6%로 전국 평균(3.7%)의 3배에 육박했다. 서울 전체 평균(7.4%)과도 격차가 크다. 특히 강남 3구 가입률은 1년 사이 1.4%포인트 상승해 전국에서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부모의 정보력이 자녀의 노후 자산 격차로 이어지는 ‘재테크형 가입’의 단면이다. 국가가 지원하는 한 달 치 보험료는 이 같은 불평등을 해소하고 청년 누구나 스스로 노후를 설계할 수 있도록 길을 트는 마중물인 셈이다.

정부는 애초 18세 전면 자동 가입 방안도 검토했지만 연금 체계에 대한 청년층의 불신을 고려해 ‘신청제’로 방향을 틀었다. 대신 제도를 몰라 지원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교육과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다. 첫 보험료 지원으로 가입 이력이 생기면 향후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두루누리 지원’이나 ‘실업크레딧’ 등 기존 복지망과도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의 첫 단추를 국가와 함께 끼워 청년이라면 누구나 공평하게 노후 준비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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