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 때 피폭”…70년 지나도 남았다, 암 사망 여성 몸속 ‘우라늄’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수정 2026-04-24 22:28
입력 2026-04-23 16:48
미군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원자폭탄 투하 이후 7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피폭자의 체내에서 당시 원폭에서 유래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나가사키대 대학원 시치조 가즈코 박사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헬리욘(Heliyon)’에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 대상은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원폭 투하 사흘 뒤 시내에 들어갔다가 방사능에 노출된 이른바 ‘입시 피폭’ 여성이다. 당시 8세였던 그는 이후 구강인두암과 폐암을 앓다 78세에 사망했고, 유족의 동의를 받아 사후 내부 피폭 연구가 진행됐다.

내부 피폭은 외부에서 방사선을 쬐는 것과 달리, 호흡 등을 통해 방사성 물질이 체내로 들어와 장기와 조직에 남아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이 고인의 간과 폐 조직을 분석한 결과, 히로시마 원폭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우라늄 235에서 방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알파선이 검출됐다. 체내로 유입된 방사성 미립자가 장기간 남아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1945년 미국군에 의해 공개된 일본 히로시마 원자 폭탄 투하 당시 모습. AP 연합뉴스


특히 폐암 조직에서는 세포가 원형으로 괴사한 공동(空洞)이 다수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를 ‘데스볼’이라 명명했다. 공동의 크기가 방사선 도달 거리의 약 2배에 이르는 점을 근거로, 체내에 남은 우라늄 입자가 수십 년 동안 방사선을 방출하며 주변 세포를 지속적으로 파괴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공동 연구자인 다카쓰지 도시히로 교수는 “내부 피폭이 인체에 얼마나 장기적이고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원폭 피해 평가에서 폭발 직후의 외부 방사선 영향에 주로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미세 입자에 의한 장기적인 내부 피폭이 암 발생과 직접적으로 연관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단순한 역사적 사례를 넘어, 미세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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