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은이 하고 싶은 거 다 해~”…세상에 이런 날이! “노력 많이 했다”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수정 2026-04-23 07:10
입력 2026-04-23 07:10

챔피언결정전 1차전서 18점 맹활약
성장 성과 보여주며 팀 승리 이끌어
감독마저 자율권 주며 굳건히 신뢰
“증명해보고 싶었다…감회 새로워”

청주 KB 허예은이 22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2025~26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용인 삼성생명을 꺾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4.22 WKBL 제공


“예은아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대신 여유 있게만 해줘.”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거 다 하는데 그게 다 잘되는 것만큼 성공한 인생은 없다. 최근 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마당에 아무 종목이나 사도 곧바로 상한가를 치는 느낌이랄까. 스포츠 선수들에게는 자기 종목에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데 승리가 따를 때만큼 주가가 높아지는 순간은 없을지 모른다.


여자프로농구 성장의 아이콘인 허예은(청주 KB)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물론 자기 마음대로 깽판 쳤다는 뜻은 아니다. 감독의 든든한 신뢰 속에 하고 싶은 농구를 마음껏 펼쳤고 그게 잘 먹혀들면서 승리로 연결됐다.

KB는 22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2025~26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용인 삼성생명을 69-56으로 꺾으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역대 여자농구 챔프전에서 1차전을 잡은 팀의 우승은 34번 중 25번(73.5%) 나왔다.

박지수가 발목 부상으로 결장한 상태에서 거둔 값진 승리였다. 삼성생명에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한 가지 예측 못한 것이 있었다. 바로 허예은의 미친 활약이다. 하상윤 삼성생명 감독조차 “허예은에게 당한 경기”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이날 허예은은 3점슛 4개 포함 18점 4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활약했다. 기록상으로 드러나는 수치 외에도 경기를 조율하고 수비에서 상대를 고전하게 만드는 모습으로 승리의 1등 공신이 됐다. 삼성생명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강유림(18점 3리바운드)보다도 더 알찬 활약을 했다.

청주 KB 허예은이 22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2025~26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용인 삼성생명을 상대로 드리블하고 있다. 2026.4.22 WKBL 제공


허예은의 진가가 드러난 경기였다. 여자프로농구에서 허예은은 성장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신인상을 받기는 했지만 벤치에서의 시간이 더 많았던 선수였는데 이제는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바라볼 정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성적은 평균 11.6점(10위), 6.7어시스트(1위), 3점슛 2.1개(2위)와 성공률 37.3%(4위)를 기록했다.

특히 챔프전을 앞두고 김완수 KB 감독은 허예은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을 주문했다. 감독이 주문할 수 없는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감독의 기대 이상으로 무언가를 해줄 것이란 믿음에서 나온 주문이었다.

그리고 허예은은 박지수 없는 경기에서 보란 듯이 해냈다. 김 감독은 “예은이는 우리나라 최고의 가드로 올라섰다”면서 “본인도 고민을 많이 하고 준비 잘한 것 같다”고 칭찬했다.

허예은은 “간절한 마음에 자신이 있던 것 같다”면서 “성장했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고 주눅 들고 할 시간 없이 계속 림 보고 동료를 찾았다. 감독님이 믿어주셔서 제 플레이를 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하라는 김 감독의 ‘그린 라이트’가 허예은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허예은은 진지한 눈빛으로 “그 말을 얻어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 말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도 알고, 이기게 해야 한다는 뜻도 있을 것”이라며 “그 말을 듣기까지 노력을 많이 했는데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2025~26 시즌 베스트5 가드 부문에 선정된 허예은. 2026.4.6 WKBL 제공


KB는 원하든 원치 않든 박지수의 팀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박지수가 있으면 어느 감독이든 어느 정도 성적을 낼 수 있지만 동시에 박지수 없을 때는 평범한 팀이 되는 쓰라린 경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박지수의 해외 진출로 박지수 없이 정규리그 4등에 그쳤던 게 KB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날 박지수 없이 치른 경기에서 거둔 승리는 박지수 없이도 KB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특히 허예은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로 성장했는지를 증명한 무대였다. 허예은에 투자한 사람이 있다면 상한가를 경험하고 배가 불렀을 경기다.

허예은은 “저희가 다 같이 해서 이길 수 있던 경기여서 더 의미가 큰 것 같다”면서 “2차전에서 더 힘을 모아 정신을 집중하고, 준비를 더 단단히 잘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24일 같은 곳에서 열릴 2차전에서도 허예은이 하고 싶은 농구를 선보이며 승리할지 주목된다.

청주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