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한 푼도 못 돌려준다”…깜깜이 웨딩 계약, 피해 56% 폭증

이현정 기자
수정 2026-04-22 15:37
입력 2026-04-22 15:37
피해 88% ‘계약 해지·위약금’ 집중
표준약관 사용 업체 선택이 안전
위약금·환급 기준 꼼꼼히 확인
‘참가격’으로 지역별 가격 비교
인생의 가장 찬란한 봄을 꿈꾸던 예비 신부 A씨는 최근 예식장 계약 해지를 요청한 뒤 밤잠을 설치고 있다. 예식 일까지 300일이나 남았지만, 업체는 “프로모션 할인이 적용된 계약이라 환급은 불가하다”며 계약금 반환을 거부했다. 또 다른 예비부부 B씨는 예식을 두 달여 앞두고 계약을 취소하려다 ‘위약금 폭탄’을 맞았다. 업체가 요구한 금액은 전체 비용의 40%인 440만 원. 과도한 수준이었지만 이미 계약서에 서명한 뒤라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저출생 위기 속에서 ‘결혼은 축복’이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결혼 서비스 시장의 불공정 관행이 예비부부를 옥죄고 있다. 특히 예식 수요가 몰리는 4~5월에 피해가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1076건으로 전년(905건)보다 18.9% 늘었다. 결혼 성수기인 4~5월 피해 증가율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6.0% 급증했다. 접수된 피해의 대부분(88.1%)은 계약 해지·위약금(82.4%)과 청약 철회(5.7%) 과정에서 발생했다. 세부 가격과 환급 기준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채 계약을 체결한 뒤 해지 단계에서 과도한 위약금을 요구하는 ‘깜깜이 계약’이 반복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이날 ‘결혼 서비스 소비자 피해 예방주의보’를 발령하고 ‘결혼 준비 대행업 표준약관’ 사용 업체를 우선 선택할 것을 권고했다. 표준약관은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서비스별 기본 가격과 위약금 기준을 사전에 명확히 알리도록 한 장치다.
또 계약 전 한국소비자원의 ‘참가격’ 누리집에서 식대·대관료·스드메 패키지 등 주요 항목의 지역별 가격을 비교해 전체 비용을 가늠해볼 것을 당부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결혼 서비스 가격표시제’에 따라 사업자는 기본 서비스와 선택 항목, 위약금과 환급 기준을 홈페이지나 계약서에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1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제도가 실효성을 갖추려면 사후 제재보다 사전 정보 공개와 현장 점검이 더 촘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가격 표시가 현장에서 원활히 이행되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점검해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계약서에 명시된 위약금 조항과 환급 기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국내 1위’, ‘최저가 보장’ 등 광고 문구 역시 객관적 근거가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원은 5~6월을 ‘결혼 서비스 피해 집중 신고 기간’으로 운영하고 1372 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피해 구제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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