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거짓말쟁이” 협박 속 30년 ‘위안부 수업’ 日 교사의 신념

도쿄 명희진 기자
수정 2026-04-22 15:06
입력 2026-04-22 14:55
“거짓말쟁이”, “편향 교사를 처벌하라”….
지속된 협박 속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수업을 30년 넘게 이어 온 교사가 있다. 올해 퇴임을 맞은 일본 공립 중학교 교사 히라이 미츠코(65). ‘가르치지 말라’는 압박에도 그는 왜 수업을 멈추지 않았을까.
그는 지난 17일 서울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 역사를 없던 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며 “가르치지 않으면 역사에 공백이 생긴다”고 했다. 수업을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학생들”을 꼽았다.
그가 위안부 문제를 교실로 가져온 건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이 계기가 됐다. 히라이는 “개인의 기억이 사회적 문제로 드러난 순간이었다”며 “전쟁사는 전투 중심으로 서술되면서 여성의 경험, 특히 성폭력 피해는 역사에서 지워져 왔다. 이를 아이들에게 반드시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1997년에는 비중은 적지만 일본 중학교 역사 교과서 전체에 위안부 기술이 처음 실렸다. 그는 교사들과 연구회를 꾸려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모색했다. 수업은 주 1회 1시간. 정부 문서와 1차 자료, 피해자 증언을 제시한 뒤 판단은 학생들에게 맡겼다.
학생 반응이 수업의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한 여학생이 “숨기고 싶었던 일을 없던 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용기를 낸 피해자들을 ‘존경’한다”고 한 말에 그는 “위안부 생존자를 ‘불쌍한 피해자’가 아닌 ‘사회 변화를 이끈 사람들’로 보게 됐다”고 회상했다.
일본 사회는 현재 ‘불편한 역사’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히라이는 “정치가 역사 교육에 개입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며 “아베 신조 정권 이후 난징대학살, 오키나와 집단자결 등 일본군에 불리한 내용을 축소·배제하려는 압력이 교과서와 교육과정을 넘어 학교 현장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그는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해왔다. 최근에는 “K팝을 소비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문화를 즐기는 데서 나아가 그 배경이 되는 역사까지 이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이어 “일본은 제대로 배우지 않은 역사를 없던 일처럼 넘기려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 문화를 즐기는 것은 좋지만 그 위에 어떤 역사가 있는지도 함께 알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퇴직 이후에도 오사카공립대, 리쓰메이칸대, 긴키대 등에서 예비 교사들을 가르친다. 지난 1일에는 ‘가미가타 평화교육연구소’를 설립했다.
“자랑스러운 역사만 배워서는 부족합니다. 실패와 과오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나라의 방향도, 세계와의 관계도 결국 역사 위에서 결정됩니다.”
도쿄 명희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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