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왜 日 감독?…‘토털 배구’ 요시하라 이어 ‘데이터 배구’ 마나베 부른 이유는

김기중 기자
수정 2026-04-22 14:19
입력 2026-04-22 14:16
프로배구 여자부 IBK기업은행이 마나베 마사요시(63) 전 일본 국가대표팀 감독을 사령탑으로 선임하면서 새 시즌 선보일 ‘데이터 배구’에 기대가 쏠린다. 지난해 ‘토털 배구’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흥국생명 요시하라 토모코(56) 감독에 이은 성공 여부도 주목된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마나베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22일 구단에 따르면 마나베 감독은 일본 여자배구를 28년 만에 올림픽 시상대로 이끈 세계적인 ‘명장’이다. 그는 2010년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을 시작으로 2012 런던 올림픽 준결승에서 한국을 이겨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팀을 5위에 올려놓는 등 탁월한 지도력을 입증했다.
마나베 감독의 핵심 철학은 ‘데이터 배구’로 요약된다. 선수별 점프력, 스파이크 각도, 리시브 성공률 등을 정밀하게 측정해 개인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상대 팀 공격과 수비 패턴, 세터의 토스 성향까지 수치화하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기 중 실시간으로 전술을 수정하는 ‘라이브 애널리틱스’를 도입해 배구계에 혁신을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나베 감독이 부임하면서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7개 구단 가운데 일본 출신 감독은 2명이 됐다. 지난 시즌 스타 플레이어 김연경이 은퇴하면서 사실상 하위권으로 밀릴 것으로 점쳐졌지만, 요시하라 토모코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은 전력 열세에도 불구 준플레이오프까지 올랐다. 공격력이 강한 외국인 선수에게 공을 몰아주는 이른바 ‘몰빵 배구’를 벗어나 전체 선수의 능력을 강화한 ‘토털 배구’로 주목받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본 감독이 선임된 것은 일본 여자배구가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정도로 실력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배구연맹(FIVB) 여자부 세계 랭킹 5위인 일본은 철저한 분석과 빠른 공수 전환, 팀 전체의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유럽과 남미 강팀들을 상대로도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경기를 펼친다. 반면 랭킹 40위인 한국은 국제 대회에서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장경민 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국제협력팀장은 “유럽·아프리카 배구 강국은 큰 키와 파워 중심 배구 스타일인 반면, 일본 배구는 아시아인 체형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정교함과 스피드를 내세운다”면서 “탄탄한 기본기와 조직력을 바탕으로 국제대회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일본 배구의 강점을 도입하고자 국내 팀들이 일본 감독을 영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팀을 비롯해 일본 울프독스 나고야에서 뛰었던 윤봉우 KBS N 스포츠 배구 해설위원은 요시하라 감독에 이어 마나베 감독이 새 시즌 좋은 결과를 낸다면 한국 배구계에도 데이터와 훈련을 더 중시하는 풍토가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해설위원은 “일본에서는 선수들의 훈련 과정을 일일이 다 기록하고, 이를 토대로 경기에 뛸지 말지 결정한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도 이를 바탕으로 훈련한다”면서 “특히 이 과정에서 프로 선수들의 훈련 분량도 상당히 늘어난다. 실제로 요시하라 감독이 비시즌에 연습량을 대폭 늘려 스타 플레이어 없이도 좋은 성적을 냈다”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