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허덕이는데 또 짓는다?… 600억 신관도 못 돌리는 서귀포의료원, ‘노인질환전문센터’ 증축 딜레마

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수정 2026-04-22 13:55
입력 2026-04-22 13:47

600억 신관 ‘반쪽 운영’… 늘린 병상 가동률 절반도 안돼
의료원 수익 제로… 도 관계자 “사실상 연 100억이상 적자”
본원과의 부지 연결통로·중투절차도 아직 마무리 안돼 난항
이사회 일각선 “적자 불보듯…남아도는 병상 이용하자” 지적
도 “공공의료 기능 유지하면서 지속 가능한 운영 방안 마련”

2024년말 완공돼 지난해부터 가동되고 있는 서귀포의료원 신관은 의료진 부족과 입원환자가 거의 없어 1층과 정신과 병동을 제외하곤 사실상 병상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600억원을 들여 병상을 늘렸지만 병실은 비어 있고, 의사는 떠난 뒤 돌아오지 않고 있어요.”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기관인 서귀포의료원의 현주소다. 사실상 서귀포에서 유일하게 종합병원 역할을 맡고 있는 이 의료원은 수백억원을 투입해 병상을 대폭 확충했지만, 정작 이를 운영할 전문 의료 인력 부족과 입원환자도 없어 병동 가동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인질환전문센터 건립까지 추진되면서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2일 서귀포의료원에 따르면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약 600억원을 들여 신관을 증축하고 2024년말 문을 열었다. 병상 수는 기존 272개에서 391개로 늘었다. 전체 병상 가동률은 2021년 51%에서 2022년 57%, 2023년 77%, 2024년 88%로 점차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증축된 신관 병상 119개는 사정이 다르다. 현재 1층 재활의학과와 소아청소년과, 정신과 병상(42병상)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운영되면서 실제 가동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재정 상황도 녹록지 않다. 2024년 기준 의료원 수익은 약 754억원이지만, 인건비만 472억원으로 전체의 62.6%를 차지한다. 여기에 관리비 109억원, 재료비 98억원, 의료 외 비용 14억원 등을 제외하면 수치상 재정 자립도는 제로에 가깝고 사실상 적자에 허덕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위기는 코로나19 시기에 형성된 수익 구조의 왜곡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서귀포의료원은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일반 진료를 축소했지만 정부의 손실보전금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팬데믹이 끝난 뒤 의료사태로 인한 인력난까지 겹치면서 수익 구조는 급격히 악화됐다.

도 관계자는 “예를 들어 월 운영비가 약 50억원 수준이라고 할때 의료 수익은 40억원 안팎에 그쳐 매달 10억원가량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연간 100억원 이상의 적자가 고착화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귀포의료원 신관 1층 내부 모습. 제주 강동삼 기자


경영난이 심각한 가운데 설상가상 제주도는 의료원 부지에 388억원을 투입해 98병상 규모의 노인질환전문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서귀포 지역의 의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이다. 당초 시민들의 숙원사업인 서귀포 최초 공공요양병원 설립이 계획됐지만 정부의 요양병원 지원 사업이 일몰되면서 국비가 지원되는 ‘노인질환전문센터’로 방향을 선회했다. 계획 병상은 98개 규모다.

문제는 시기와 우선순위다. 현재 신관 병상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가 시설을 짓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이사회 일각에선 “적자가 불보듯 한데 가동되지 않는 기존 병상을 활용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도는 장기적인 수요 대응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귀포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일부 지역은 고령화율이 35%를 넘는다. 지역 내 노인 전문 의료시설에 대한 요구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사업 추진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다. 노인질환전문센터 부지는 확보돼 있지만 본원과 약 150m 떨어져 있어 연결 통로 설치가 필요한 상황인데다 이로인해 중앙투자심사(중투) 절차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예산 확정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도 관계자는 “중앙투자심사가 완료돼야 예산 반영이 가능하다”며 “현재 재정 안정화 태스크포스를 가동해 의료원 운영과 센터 건립을 포함한 전반적인 상황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5월까지 방향을 정리해 인수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핵심은 ‘사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지방의료원이 공통적으로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의사 수급”이라며 “코로나 이후 떠난 의료진이 돌아오지 않는 한 시설 투자만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때 떠났던 성실한 의사들이 다시 돌아오려면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의사들의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도는 정책적으로 센터 건립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문제들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양제윤 도 안전건강실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지방의료원은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기관이 아니라 지역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이라며 “재정 안정화 TF를 통해 공공의료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운영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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