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기록 없는 5.8만 명 전수조사…아동학대 법정형 높인다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수정 2026-04-22 14:00
입력 2026-04-22 11:33

정부 ‘아동학대 대응체계 전면 개편’
사각지대 아동 조기발굴 시스템 구축
사망 사건 분석 ‘환류 체계’ 도입
장애아동·영유아 특화 보호 인프라 확대
2029년까지 학대 사망 27.5% 감축

AI이미지. 서울신문 DB


정부가 학대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한발 앞서 발견하기 위해 의료 기록이 없는 6세 이하 아동 6만여명을 다음 달부터 전수 조사한다. 최근 잇따른 아동학대 의심 사망 사건과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살해·치사 범죄의 처벌 수위도 대폭 높이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2일 교육부·법무부·행정안전부·성평등가족부·경찰청과 함께 이러한 내용을 담은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을 수립·발표했다.


대책의 핵심은 학대 징후를 스스로 말하기 어려운 위기 아동을 국가 시스템 안으로 조기에 끌어들이는 데 있다. 정부는 ‘e아동행복지원사업’을 통해 영유아 건강검진이나 필수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6세 이하 아동 5만 8000명을 발굴했다. 다음 달부터 위험도가 높은 아동부터 직접 방문해 안전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현장 점검의 실효성도 강화한다. 특히 학대에 취약한 2세 이하 아동 가정을 방문할 때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가 반드시 동행하도록 하고, 형식적인 방문에 그치지 않도록 대면 점검 후 증빙자료 제출을 의무화했다. 아울러 어린이집·유치원 무단결석 관리도 강화하고 초등학교 취학 연기 신청 시 아동을 반드시 동반하도록 해 안전 확인 절차를 강화한다.

아동학대 범죄 처벌도 강화한다. 정부는 아동학대 살해·치사 범죄의 법정형을 높이고 부모에 의한 자녀 살해를 중대한 아동학대 범죄로 법에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행법상 아동학대 살해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치사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정부는 형벌 간 비례 원칙 등을 고려해 처벌 수준의 적절성을 검토한 뒤 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차경자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장은 “현행법에는 아동 학대 유형에 살인 및 미수가 규정돼있지 않다”며 “미수에 그쳤을 때 생존 아동을 위한 피해아동보호명령이 어려운 상황이라 살인 및 미수죄를 포함화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8월부터는 학대 의심 사망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가 시스템의 어느 지점에서 아이를 놓쳤는지 정밀하게 분석하는 ‘환류 체계’도 가동한다. 아이의 죽음을 단순한 통계로 남기지 않고 실제 제도 개선의 지표로 삼겠다는 취지다.

피해 아동 보호 체계도 맞춤형으로 재편한다. 전체 장애아동 학대 사례의 86.9%(608건)가 발달장애아동에 집중된 점을 고려해 학대 피해 장애아동 특화 쉼터를 확대한다. 영유아 전용 쉼터도 시도별로 시범 운영해 나이별 맞춤 보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연평균 41명(2020~2024년) 수준인 아동학대 사망자를 2029년까지 30명 수준으로 27.5%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스란 복지부 제1차관은 “의사 표현이 어려운 아이들이 학대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책”이라며 “아동이 학대로 사망하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신속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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