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결박하고 숯불로 3시간 고문·숨지게 한 무속인 감형됐다…무기징역→징역 7년

신진호 기자
수정 2026-04-21 16:23
입력 2026-04-21 16:23
자기 곁을 떠나려는 조카를 철제 구조물에 결박한 뒤 숯불 고문을 가해 숨지게 한 80대 무속인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1심에서 살인죄가 인정된 것과 달리 상해치사죄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 형사1부(부장 정승규)는 21일 ‘조카 숯불 고문 사망’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심모(81·여)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상해치사 혐의를 인정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심씨와 그의 자녀, 신도 등은 2024년 9월 18일 오후 인천 부평구 음식점에서 심씨의 조카 A(30대·여)씨에게 3시간 동안 숯불 열기를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심씨는 A씨가 가게 일을 그만두고 자기 곁을 떠나려 하자 “모친을 죽이고 싶어 하는 악귀를 제거해야 한다”며 신도와 자녀를 동원해 철제 구조물을 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철제 구조물 위에 A씨를 엎드린 상태로 결박했고, 그 밑에 놓인 대야에 불이 붙은 숯불을 계속 넣어가며 3시간 동안 열기를 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을 견디다 경련을 일으키며 정신을 잃었고, 범행이 끝난 뒤에도 2시간이 넘도록 구호 조치를 받지 못한 채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들은 출동한 119구급대원에게 ‘피해자가 숯 위에 엎어졌다’라거나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러한 진술을 토대로 이들이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고 봤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범행 방식이 잔혹하고 엽기적”이라며 심씨에게 무기징역, 심씨의 자녀 등 공범 4명에게는 각각 징역 20~25년, 살인 방조 혐의를 받는 다른 2명에게는 각각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여러 증거를 종합해 볼 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한 데 더해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을 경우 인정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태가 악화하는 것을 보고 피고인들이 중대한 위해나 사망 가능성을 예견할 여지는 있었다”면서도 “이를 넘어 사망의 결과를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용인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또 “범행 전 과정이 폐쇄회로(CC)TV에 모두 녹화됐으나 이들은 이를 방치했다”면서도 “뒤늦게나마 심폐소생술을 하고 119구급대에 신고한 점 등을 보면 계획적 살인이나 조직적 은폐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살인의 미필적 고의나 조직적 은폐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피해자가 의식을 잃는 것을 보고도 주술을 멈추지 않는 등 심씨 등이 상해의 고의와 사망 예견 가능성은 있었다며 상해치사죄와 방조죄는 성립한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심씨는 조카인 피해자에게 무모한 주술 의식을 장시간 진행해 생명을 침해했다”면서도 “조카를 평소 진심으로 아낀 것으로 보이고 왜곡된 무속적 사고방식 아래 치료 목적으로 주술을 한 점, 피해자 모친이 선처를 거듭 탄원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공범들에 대해서도 “오랜 기간 신앙 공동체 생활을 하며 심씨를 맹종하고, 주체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 채 정신 치료라는 믿음으로 의식에 참여하게 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심씨는 굿이나 공양으로 현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오랜 기간 신도들을 정신적으로 지배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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