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0원이라도 무조건 신고하세요…훗날 집 팔 때 양도세 수억원 아끼는 비결 [세테크]

김경두 기자
수정 2026-04-20 14:57
입력 2026-04-20 14:57
‘신고 안 한’ 김 과장
-5년 뒤 ‘상속 아파트’ 매각 때 양도세 3억 3000만원
‘신고한’ 정 대리
-5년 뒤 ‘상속 아파트’ 매각 때 양도세 1억 6000만원
-5년 뒤 ‘상속 아파트’ 매각 때 양도세 3억 3000만원
‘신고한’ 정 대리
-5년 뒤 ‘상속 아파트’ 매각 때 양도세 1억 6000만원
Q. “상속세를 낼 것도 없는데 굳이 돈 들여서 신고해야 하나요.”
A. “네. 무조건 해야 합니다. 상속세가 0원이라도 신고하는 게 이득입니다.”
상속세를 내지 않는 기준(10억원 이하)에 해당하는 상당수 상속인은 귀찮아서, 혹은 수수료(세무사 상담비+감정평가 비용)가 아까워서 상속세를 신고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결정으로 훗날 수억원짜리 ‘세금 폭탄’ 고지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왜 ‘상속세 0원’이 ‘진짜 0원’이 아닌지 사례를 통해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1 신고 안 해서 ‘세금 폭탄’ 맞은 김 과장
김인근(가명) A기업 과장은 2018년 부친이 돌아가시면서 경기 안양시에 시가 10억원으로 추산되는 ‘나홀로 단지’ 내 아파트(공시 가격 6억원) 한 채를 상속받았습니다. 상속인인 김 과장은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배우자와 자녀가 있을 경우 ‘일괄공제 5억원’과 ‘배우자 공제 5억원’을 더해 상속 재산 10억원까지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는 “어차피 낼 세금도 없는데, 세무사 비용을 들여서 신고할 필요 있나”라고 판단했습니다.
5년 뒤 김 과장은 급전이 필요해 이 아파트를 15억원에 팔았습니다. 그리고 양도소득세 고지서를 보고 기절할 뻔했습니다. 지방소득세를 포함go 내야 할 세금이 3억 3000만원(1가구 2주택 기준)이나 나온 겁니다.
왜 이런 결과가 빚어졌을까요. 국세청은 상속세를 신고하지 않으면 해당 아파트의 취득 금액을 ‘상속 당시의 시세’로 정하는데, 문제는 상속 개시일 전후 6개월 이내에 해당 아파트의 거래가 없고, 같은 단지 내 다른 아파트의 거래도 없을 때입니다. 국세청은 이럴 경우 ‘공시 가격’을 취득 금액으로 봅니다.
나홀로 단지였던 이 아파트는 거래가 없어서 공시 가격(6억원)이 취득 금액이 됐습니다. 국세청은 최종적으로 김 과장이 6억원에 사서 15억원에 판 것으로 봤고, 양도 차익 9억원에 대한 세금을 매겼습니다.
#2 신고 비용 300만원 쓰고 1억 7000만원 아낀 정 대리
2018년 경기 수원시에서 비슷한 조건(시가 추산 10억원·공시 가격 6억원)의 나홀로 단지 내 아파트를 상속받은 정이석(가명) B기업 대리는 달랐습니다. 그는 나라에 낼 상속세가 없더라도 바로 상속 신고를 했습니다. 정 대리는 이를 위해 감정평가 수수료와 세무사 수임료로 약 300만원을 썼습니다. 물론 한 달 치 월급이 그냥 나가는 거 같아 속이 쓰렸지만 훗날을 위해 감수했습니다.
정 대리가 만약 김 과장처럼 5년 뒤 상속받은 이 아파트를 15억원에 판다면 양도소득세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내야 할 세금은 총 1억 6000만원으로 김 과장(3억 3000만원)보다 1억 7000만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5년 아닌 10년 후에 판다면 더 많은 절세가 이뤄질 겁니다.
그건 정 대리가 상속세 신고 때 감정평가를 통해 해당 아파트의 취득 금액을 10억원으로 공식 인정 받았기 때문입니다. 국세청은 정 대리가 10억원에 취득해 15억원에 팔았으니 양도 차익을 5억원으로 봅니다. 김 과장보다 양도 차익이 4억원가량 줄어든 거죠.
이처럼 양극단의 사례를 제시한 건 ‘상속세 0원’이 훗날에도 ‘0원’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상속세 신고는 전략적 투자
부동산 시장은 변동성이 큽니다. 전반적으로 우상향입니다. ‘미래의 양도세’는 더욱 무거울 겁니다.
상속세 신고는 단순히 세금을 내는 절차가 아니라, 내 재산의 ‘원가’를 높여두는 전략적 투자입니다. 다시 말해 지금의 세금이 아니라 미래에 낼 세금을 미리 줄여놓는 ‘예방 주사’와 같다는 얘기입니다.
양도세는 ‘팔 때 가격’에서 ‘상속 때 가격’(취득 금액)을 뺀 차익을 기준으로 매겨집니다. 신고를 안 하면 국세청은 상속 개시일 전후 6개월 내 해당 아파트의 매매가격(1순위)이나 면적, 위치, 용도 등이 같은 단지 내 다른 아파트의 매매가격(2순위)을 ‘취득 금액’으로 봅니다. 나홀로 단지 내 아파트나 도심 외곽, 시골 집처럼 거래가 없는 경우 ‘공시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데, 이때의 공시 가격은 보통 시세의 60~70%로 낮게 책정됩니다.
상속세 신고는 또 자금 출처 조사에 대한 ‘방패’도 됩니다. 신고하면 해당 재산이 상속인에게 정당하게 이전됐다는 공식 기록이 국세청에 남습니다. 나중에 상속인이 다른 부동산을 사거나 큰 자금을 운용할 때, 국세청에서 자금 출처 조사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때 상속세 신고서 항목은 가장 확실한 해명 자료가 됩니다.
당정은 올해 상속세 일괄공제와 배우자 공제 한도를 올리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을 뺀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 한 채 정도는 상속세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럴 때일수록 ‘미신고’가 아닌 ‘시가 신고’를 통해 자산의 몸값을 높여두는 게 유리합니다. 특히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 상가, 토지처럼 시세 파악이 어려운 자산은 반드시 감정평가를 받아 신고하기를 권합니다.
강승윤 세무법인 센트릭 대표는 “상속세 신고는 세금을 내기 위해서만 하는 게 아니라 내 재산의 가격표를 국세청에 공인받는 절차”라면서 “이러한 절세 방법을 몰라 나중에 수억원의 양도세를 내는 상속인들을 보면 안타깝다”라고 말했습니다.
김경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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