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판 ‘미국 열흘살기’…당내선 “국힘의 짐”

권윤희 기자
수정 2026-04-19 20:07
입력 2026-04-19 19:29
오세훈 “이 중차대한 시기 해외 장기체류”
“결과적으로 후보들에 짐이 되고 있는 것”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국 방문 일정을 연장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둘러싼 당내 반발이 커지고 있다. 당 지도부 공백이 길어지는 사이 일부 주요 후보들은 중앙당과 거리를 두고 독자 선거체제를 꾸리며 사실상 각개전투에 들어간 모습이다.
장 대표는 애초 2박 4일 일정으로 방미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출국 시점을 기존 14일에서 11일로 앞당긴 데 이어 현지 체류 일정도 잇달아 늘렸다. 17일에는 귀국을 위해 미국 공항에서 수속을 밟던 중 미 국무부 쪽 연락을 받고 일정을 다시 연장해 최종 체류 기간은 8박 10일이 됐다.
당내에서는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대표가 장기간 자리를 비운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5선 중진 나경원 의원은 “방미 시기 자체가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친한(친한동훈)계인 배현진 서울시당위원장도 공개 비판에 나섰다. 배 의원은 최고위가 공천 마무리를 우선했어야 했다는 취지로 비판한 뒤, 장 대표와 김민수 최고위원이 미 의회 의사당 앞에서 찍은 사진을 겨냥해 “열흘이나 집 비운 가장이 언제 와 정리하려나 실소만 터져 나오는 사진”이라며 “돌아오면 후보들을 위해서라도 본인의 거취를 잘 고민하길 바란다”고 직격했다.
이와 관련해 장 대표는 16일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미국에 온 순간부터 오늘까지 매우 바쁜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며 방미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내에서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의 방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서는 “어떤 게 중요한지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장 대표는 미 행정부 당국자가 이란 전쟁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미국과 결이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이를 지방선거 국면을 반전시킬 만한 성과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비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은 “결국 아무도 못 만난 것 아니냐”며 “주요 인물을 만나고 온 것도 아니고, 미국 당국자의 발언을 전한 정도로는 지방선거에서 긍정적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19일 장 대표가 방미 기간 소화한 추가 일정도 공개했다. 미 국무부 차관보 면담, 북한전문매체 NK뉴스 인터뷰, 미국 공화당 소속 랜디 파인 하원의원 면담 등이다.
앞서 방미 일정을 준비한 김대식 특보단장은 출국 전 기자간담회에서 장 대표가 현지시간 15일 백악관에서 정부 인사를 만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나 JD 밴스 부통령과의 회동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 행정부 핵심 고위 인사와의 면담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주요 후보들 사이에서는 ‘지도부 패싱’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중차대한 시기에 장기간 해외 체류는 결과적으로 후보들에게 짐이 되고 있다”며 장 대표와 거리를 뒀다. 이어 “공천이 마무리되면 후보자 중심 선거로 전환될 것”이라며 독자 선대위 구성을 공식화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중앙 이슈에 휘말릴 경우 지역 선거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권역별 선거체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TK 지역에서도 통합 선대위 논의가 진행되는 등 지역별 대응이 빨라지고 있다.
결국 장 대표의 장기 방미는 선거를 앞둔 당의 구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선거 국면에서 일주일은 1년과 같다”며 “이 공백을 어떻게 책임질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장 대표와 김 최고위원은 2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뒤 오전 9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어 국회에서 방미 성과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22일부터는 강원도를 시작으로 현장 행보를 재개할 계획이다.
다만 이미 후보 중심 선거 체제가 굳어지는 흐름 속에서 지도부의 역할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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