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우면 싸움 많아지는데 징벌방 과포화”…여름 시작, 안양교도소엔 사고 긴장감

서진솔 기자
서진솔 기자
수정 2026-04-19 12:00
입력 2026-04-19 12:00

징벌방 36개뿐인데 징벌자는 65명
9명 정원 혼거방엔 17명 생활 중
“더운 날 싸움 방지할 방법 없어”

15일 안양교도소 혼거방(정원 9명)에 기자, 교도관 등 성인 남성 17명이 드러눕자 남은 공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법무부 제공


봄꽃이 물러나고 초여름 더위가 찾아온 지난 15일, 경기 안양교도소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보호실’에 수용된 중년 남성 A씨가 두 평 남짓한 공간을 빙빙 돌며 “시끄러워”, “뭐 하는 거야” 등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를 연신 내질렀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생활하다가 머리를 벽에 박는 자해 행동을 반복해 분리 조치 됐다.

이날 31개 언론사가 법무부 주관으로 ‘수용자 체험’에 나섰다. 기자들은 열악한 교정 실태를 전하기 위해 입소 절차를 밟은 뒤 수용복을 입고 혼거방에서 한나절을 보냈다.


국내에서 가장 낙후됐다고 알려진 안양교도소에선 올해도 어김없이 기온과 사건·사고가 비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정신질환자를 수용하는 보호실뿐 아니라 ‘조사·징벌방’도 과포화 상태였다.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따돌림을 당한 B씨는 괴롭힘을 이기지 못해 방문을 발로 차는 소란을 벌였고, 조사 후 징벌방으로 옮겨졌다. 또 다른 징벌방에서 지내는 C씨는 돈이 없어 생활용품을 사지 못한다는 이유로 자신을 왕따시킨 수용자와 다툼을 벌였다.

약 2300명이 수용된 안양교도소에선 매일 20명 이상의 수용자가 사고 조사를 받는다. 하지만 이미 36개의 징벌방이 가득 차 독거 분리 방침을 실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1.25평 규모의 방에 수용자를 2명씩 몰아넣었고, 사고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안양교도소는 이날 기준 65명의 징벌자를 분리하기 위해 일반 독방까지 활용하고 있었는데, 관리 대상이 흩어져 교도관들의 부담이 가중된 상태였다.

기자가 15일 안양교도소 조사·징벌방에서 수용자 체험을 하고 있다. 징벌방은 36개인데 징벌자는 65명에 달해 1.25평의 공간을 수용자 2명이 사용하고 있었다. 법무부 제공




교도관들은 수용률이 약 135%에 달하고 급수, 환기, 냉난방 등 시설이 낡아 사고 위험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8평짜리 혼거방의 정원은 9명이지만 수용자 17명이 한 방을 사용하고 있다. 한 교도관은 “좁은 공간에 수용자가 많으면 다툼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흥분한 수용자를 데려가다가 구타당하기 일쑤”라고 전했다.

기자가 직접 혼거방을 확인해 보니 17명이 누웠을 때 공간이 꽉 차는 크기였다. 화장실은 1개였고, 수도꼭지 1개가 급수 시설의 전부였다. 수압이 약해 17명이 배변과 샤워를 마치려면 반나절 가까이 걸린다. 벽걸이형 선풍기는 2개뿐이라 여름이 되면 더위에 지친 수용자들이 아침에 싸우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게 교도관들의 설명이었다.

또 다른 교도관은 “날씨가 덥고 불쾌지수가 높으면 힘 약한 수용자를 내보내려고 괴롭힌다. 그러다가 다툼이 커진다”며 “얼음을 제공하긴 하지만 지금 시설에선 더운 날 싸움을 방지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기자가 15일 확인한 안양교도소 혼거방의 화장실 모습. 수용자 17명이 화장실 1개를 사용한다. 법무부 제공


법무부에 따르면 2024년 전국 54개 교정시설에서 1873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2020년 1241건이었던 교정 사고가 4년 만에 600건 이상 증가한 것이다. 특히 야간엔 교도관 1명이 평균 약 50명의 수용자를 담당하게 돼 대처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안양교도소를 찾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22년 전 목격했던 시설 상태에서 나아진 게 없다. 교도관이 수용자를 교정, 교화하기 불가능한 환경”이라며 “마약, 성폭력사범까지 교육과 치료로 재사회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발 벗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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