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시간 바꿨더니 혈압 뚝 떨어져…“운동효과 없으면 시간 바꿔라” [달콤한 사이언스]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4-17 10:30
입력 2026-04-17 10:30
1980~90년대에 유사 과학인 ‘바이오리듬’이라는 것이 유행했다. 인체에는 신체, 감성, 지성의 세 가지 주기가 있는데 이 주기는 생년월일에 따라 일정한 패턴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에 맞춰 능력이나 활동 효율에 차이가 있다는 내용이다. 당시 입시 상담이나 학습 지도를 할 때 학생들의 바이오리듬에 맞춰 공부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최근 생물학에서 연구되는 생체 시계를 이야기하면 ‘바이오리듬과 같은 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바이오리듬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유사 과학이고, 생체 시계는 다양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정통 과학이다. 이런 가운데 신체 활동이나 정신적 활동을 자기 생체 시계에 맞춰서 하는 것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추가됐다.
픽사베이 제공
파키스탄 라호르대 물리치료 연구소, 이밧 국제대, 영국 에든버러대 의대 공동 연구팀은 아침과 저녁 중 언제 각성 상태가 자연스럽게 높아지는지를 나타내는 생체 시계에 맞춰 운동 시간을 조절하면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은 사람의 발병 가능성을 눈에 띄게 낮출 수 있다고 17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오픈 하트’ 4월 14일 자에 실렸다.
운동이 심장질환, 뇌졸중, 당뇨 위험을 낮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또 사람마다 아침형 인간인지 저녁형 인간인지에 따라 수면-각성 패턴, 호르몬 분비, 에너지 가용성이 달라지고 운동 수행 능력과 지속 여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연구팀은 운동의 이점이 개인의 생체 시계에 따른 운동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지에 주목하고 실험했다.
연구팀은 40~60대 남녀 150명을 대상으로 12주간 운동과 생체 시계와 상관 관계를 실험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현재 심혈관 질환이 발병하지는 않았지만 고혈압, 과체중이나 비만, 부족한 신체 활동 등 심혈관 위험 요소를 하나 이상 보유하고 있었으며 조기 심혈관 가족력이 있는 사람도 포함됐다.
연구팀은 이들을 무작위로 두 집단으로 나눴다. 한쪽은 생체 시계와 일치하는 시간대인 오전 8~11시나 오후 6~9시에 운동하도록 했고, 다른 쪽은 생체 시계와 맞지 않는 시간대에 운동하도록 했다. 운동은 빠르게 걷기나 트레드밀 보행 같은 중강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1회 40분씩 주 5회, 12주 동안 진행했다. 연구팀은 임상 시험 전과 종료 3일 후에 각각 혈압, 심박변이도, 공복 혈당, 최대 산소섭취량, LDL 콜레스테롤 수치, 수면의 질을 측정했다.
그 결과, 생체 시계와 운동 시간대를 일치시킨 사람들은 수면의 질이 향상되고 고혈압, 공복 혈당, 나쁜 콜레스테롤 등 심혈관 위험 인자가 더 효과적으로 감소했다. 생체 시계와 일치하지 않는 집단도 운동 효과는 있었지만 생체 시계 일치 집단보다는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만 따로 분석하면 생체 시계 일치 집단의 수축기 혈압은 13.6㎜Hg 하락했지만, 불일치 집단은 절반 정도인 7.1㎜Hg 하락했다. 운동 효과는 저녁형 인간보다 아침형 인간에서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아슬란 타리크 파키스탄 라호르대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개인의 내부 생체 시계에 맞춰 운동 시간을 조율하면 건강 결과를 유의미하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생체 시계에 맞춘 운동은 골격근, 지방 조직, 혈관의 말초 시계를 더 효과적으로 동조시켜 대사 효율을 높이고 염증을 줄여 심장 건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영국 심장학회(BCS) 라지브 상카라나리아난 박사도 이번 연구에 대해 “간단한 생체 시계 평가를 생활 습관 조언에 포함시키면 고혈압이나 심장대사 위험이 있는 환자들의 운동 지속성과 결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점에서 주목할 연구”라고 평가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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