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줄거리 쓰면 처벌?…日 ‘스포일러 기사’ 첫 유죄

도쿄 명희진 기자
수정 2026-04-16 18:14
입력 2026-04-16 18:02
텍스트 콘텐츠도 저작권 침해 인정
토호시네마 공식 홈페이지 캡처


영화 줄거리와 결말을 상세히 풀어 쓴 ‘스포일러 기사’를 저작권 침해로 본 일본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하는 환경에서 향후 규제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1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날 도쿄지방법원은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이트 운영자(39)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100만 엔(약 930만 원)을 선고했다. 이는 검찰 구형과 같은 수준이다.


피고는 필진과 공모해 영화 ‘고질라 마이너스 원’ 등 작품의 줄거리와 결말을 개봉 직후부터 약 3800자 분량으로 상세히 정리해 게시해 왔다. 해당 사이트는 2022년 약 2400만 엔(약 2억 2300만 원), 2023년 약 3600만 엔(약 3억 3400만 원)의 광고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처음부터 끝까지 상세히 서술하면 작품의 본질적 특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며 저작권 침해를 주장했다. 반면 피고 측은 “글만으로는 영상과 음악, 배우 연기가 만들어내는 영화의 본질을 전달할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피고가 “너무 자세히 쓰면 저작권 문제가 생긴다”면서도 “지나치게 줄이지 말라”고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법원은 주요 장면과 대사, 전개를 상세히 재현한 점 등을 근거로 “원작의 본질적 특징을 유지한 별도의 저작물”이라고 판단했다. 사실상 텍스트로 원작을 재구성한 ‘번안’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또 “이런 행위는 작품의 상품 가치를 훼손하고, 저작권자가 정당한 대가를 받을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며 책임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이트에는 영화·애니메이션·게임 관련 글이 2만 건 이상 게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측은 대량 생산 구조 자체가 위법성을 키운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피고 측은 판결에 불복해 즉시 항소했다.

도쿄 명희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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