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칼로리의 배신?” 내가 먹는 인공감미료, 손주까지 영향 미친다

신진호 기자
수정 2026-04-20 05:57
입력 2026-04-20 05:57
이른바 ‘제로 칼로리’ 식품에 당류 함량을 낮추기 위해 설탕 대신 넣는 인공감미료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자녀는 물론 손주 세대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칠레대학교 연구진은 ‘영양학 프런티어’(Frontiers in Nutrition)에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널리 쓰이는 인공 감미료 수크랄로스와 천연 감미료인 스테비아의 영향이 세대에 걸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동물실험을 통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수크랄로스는 설탕보다 600배 더 단맛을 내면서도 체내에서 에너지화되지 않아 ‘제로 칼로리’로 여겨지는 합성 감미료다. 열에 강해 음료나 과자, 껌 등 다양한 ‘제로 칼로리’ 식품에 사용되며 당뇨 환자의 설탕 대체재로 널리 쓰인다.
연구진은 부모 세대에게만 감미료를 먹인 뒤 감미료를 전혀 섭취하지 않은 자녀와 손자 세대의 변화를 추적 관찰했다.
연구진은 수컷과 암컷 쥐 47마리를 세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첨가물이 없는 보통의 물을 마셨고, 두 번째 그룹은 수크랄로스가 첨가된 물, 세 번째 그룹은 스테비아를 희석한 물을 마셨다.
용량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한, 사람의 일일 허용 섭취량을 쥐에 맞춰 유사하게 설정했다. 부모 세대는 16주간 이 물을 섭취했다.
실험 기간이 끝난 뒤 각 그룹 내 쥐들을 교배해 1세대 자손을 생산했고, 1세대 자손들을 다시 교배해 손주 세대를 생산했다. 1세대와 2세대 쥐들은 감미료를 전혀 섭취하지 않았다.
생후 20주가 된 각 세대의 쥐를 대상으로 표준 포도당 검사, 대변 검체를 통한 장내 세균총 분석, 염증이나 지방 대사 등 장과 간의 유전자 활성도 등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수크랄로스의 영향이 자손 세대까지 강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유전자 수준에서 일어났다. 수크랄로스 투여군의 후손들은 장내 염증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과도하게 활성화됐다. 특히 간에서 지방 대사를 조절하는 핵심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되는 변화가 손자 세대까지 지속됐다.
즉 부모가 섭취한 감미료가 손자의 대사 건강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장 건강의 척도인 장내 미생물 생태계도 크게 달라졌다. 감미료를 섭취한 가계의 후손들은 공통적으로 단쇄지방산 농도가 낮게 나타났다. 단쇄지방산은 장내 유익균이 식이섬유를 분해할 때 만드는 물질로, 염증을 억제하고 대사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연구진은 부모 세대에서 변화된 장내 미생물이 자녀에게 전달돼 자녀 세대의 장내 환경과 유전자 발현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했다.
스테비아의 경우 수크랄로스보다는 영향이 덜했지만, 자녀 세대에서 일시적으로 장내 염증 유전자가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수크랄로스가 일관되게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이유에 대해 연구진은 “수크랄로스는 체내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다. 이에 소화기관을 거의 그대로 통과하며 대장에 더 오래 머물면서 장내 세균총에 지속적인 압력을 가할 수 있다”면서 “반면 스테비아는 장내 세균에 의해 빠르게 분해돼 혈류로 흡수된다. 스테비아는 더 빨리 처리되고 배출되기 때문에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교란하는 시간이 더 짧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인공감미료는 체내에서 잘 흡수되지 않아 몸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배출된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감미료가 미생물과 분자 경로를 통해 후손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는 ‘대사적 활성 물질’임을 입증했다.
연구진이 인용한 전국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0년 한해 동안 1억 4000만명이 넘는 미국인이 제로칼로리 감미료를 섭취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3년 발표한 ‘비(非)설탕 감미료에 대한 지침’에서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제품을 체중 감량을 위해 먹는 것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최신 연구 283건을 검토한 결과, 대체 감미료를 장기간 섭취하면 2형 당뇨병과 뇌졸중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설탕보다 대체 감미료를 먹는 게 낫지만, 원칙적으로 단맛을 멀리하는 게 최선이라고 본다.
연구를 이끈 마르틴 고틀랜드 교수는 “이번 결과는 WHO의 권고 사항을 뒷받침한다”면서 “특히 임신이나 수유기 등 민감한 시기에 감미료 섭취가 자녀 세대에 미칠 장기적인 영향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를 인간에게 직접 적용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그러나 염증 신호 전달, 장벽 기능, 세균 대사 등 연구 대상이 된 생물학적 경로는 인간과 쥐에 공통적으로 해당하기 때문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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