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아동 부모 3명 중 1명 정신건강 위기…일반 성인의 3.4배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수정 2026-04-16 16:18
입력 2026-04-16 16:18

분당서울대병원 유희정 교수팀 연구 결과
부모의 ‘광의의 자폐 성향’이 스트레스 핵심 변수
“아동 중심 지원을 가족 단위로 확대해야”

언스플래쉬 제공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 3명 중 1명은 임상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는 일반 성인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부모의 스트레스는 아이의 문제 행동보다 부모 자신이 가진 기질적 특성과 이를 지지하지 못하는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머니 35.3% 정신건강 위험군… ‘독박 돌봄’ 지표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팀(송다예 연구원)은 자폐 아동 232명과 부모 464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와 심리평가를 실시한 결과, 부모의 29.1%가 우울·불안·외상 후 스트레스(PTSD)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21년 국민건강조사 기준 일반 성인 유병률(8.5%)의 3.4배에 해당한다.


성별로는 어머니(35.3%)가 아버지(22.8%)보다 취약했다. 어머니는 주로 불안과 우울을, 아버지는 중독 문제를 겪는 경향을 보였다. 스트레스의 원인도 달랐다. 아버지는 아이의 공격성 등 외현화된 행동에 민감했으나, 어머니는 아이의 정서 조절 어려움 등 심리적 문제에서 더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연구팀은 아버지가 주로 관리자 역할을 하는 반면 어머니는 아이의 감정적 요구를 전담하는 돌봄 구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광의의 자폐 성향’이 스트레스 키워이번 연구의 핵심은 부모의 정신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아이의 자폐증 증상 자체가 아니라 부모의 ‘광의의 자폐 성향’이라는 점을 확인한 데 있다.

광의의 자폐 성향은 자폐 진단 기준에는 이르지 않지만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흥미가 낮거나 일정한 규칙을 선호하는 등 자폐와 유사한 기질을 지닌 상태를 의미한다. 일종의 ‘성격적 스펙트럼’으로 질환이라기보다 개인과 가족 내에서 공유되는 신경 발달적 특성에 가깝다.



분석 결과 이러한 성향을 가진 부모일수록 정신건강이 더 취약했다. 특히 상황에 맞는 언어를 구사하는 ‘화용적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때 스트레스 수준이 높았다. 비언어적 신호 해석이 어려운 부모가 자폐 아동을 양육하면서 겪는 소통의 부담이 정신건강 악화로 이어진다는 해석이다.

아동 개별 지원 넘어 가족 통합 정책 시급그간 자폐 관련 정책은 아동의 치료와 재활에 집중됐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부모의 기질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지원 체계가 오히려 부모를 고립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부모의 정신적 붕괴는 결국 아동의 정서 발달 저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유희정 교수는 “그동안 자폐스펙트럼 장애 관련 정책과 지원 계획에서 부모의 정신건강과 삶의 질은 너무 간과됐다”며 “부모의 심리적 안정은 아동의 정서·행동 발달에 중요한 만큼 자폐스펙트럼 장애 지원 계획은 반드시 가족 단위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자폐 및 발달장애 학술지’에 게재됐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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