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레바논 구급대 출동할 때마다 사살”…‘공습 사망’ 기자는 헤즈볼라 대원으로 조작

신진호 기자
수정 2026-04-16 15:24
입력 2026-04-16 15:24
레바논 공격을 이어가는 이스라엘군이 부상자를 구조하러 출동한 구급대원을 잇달아 사살했다고 레바논 보건부가 주장했다.
16일(현지시간) AP 통신,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레바논 보건부는 전날 남부 나바티예 지역 메이파둔 마을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명 구조 활동을 벌이던 ‘이슬람 보건 협회’ 소속 구조대가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공격으로 구급대원 1명이 숨지고 다른 1명은 실종됐다.
첫 번째 구조대의 연락이 끊기자 이슬람 보건 협회는 두 번째 구조대를 현장으로 급파했다. 그러나 이들 역시 공격을 받았고 대원 3명이 부상당했다.
이후 현장으로 향한 ‘리살라 스카우트 협회’와 ‘나바티예 구급 서비스’ 소속 구급차 2대도 공격을 받아 구급대원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이번 공격으로 구급대원 3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1명이 실종된 상태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격에 대한 AP의 논평 요청에 대응하지 않았다.
BBC에 따르면 희생자 중 리살라 스카우트 협회 소속 구급대원 파델 세르한(43)은 이달 초 BBC 취재진과 만나 보도된 인물이었다.
이 지역은 지난 6주간 이어진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간의 전쟁 동안 반복적으로 이스라엘군의 표적이 됐다.
세르한이 속한 구조대는 전쟁 초기 메이파둔에 있던 구조본부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되고 대원 1명이 사망하자 나비 베리 병원 외부에 마련된 천막을 임시 본부로 삼아 활동해 왔다.
세르한에게는 8살 딸이 있었다. 30년 넘게 세르한을 알고 지낸 동료 알리 나스레딘은 “세르한은 너그러웠고 누구에게나 손을 내밀 준비가 돼 있던 사람”이라며 “인류애가 남달랐고 유머 감각도 뛰어났다”고 회고했다.
이어 “지난 전쟁 때도 도움을 주기 위해 이곳에 남았고, 이번에도 그랬다”면서 “자상한 아버지이자 형제, 친구로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명백한 범죄”라고 규탄하며 “구급대원들이 직접적인 표적이 되어 무자비하게 추적당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인도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공격 표적이 된 이슬람 보건 협회와 리살라 스카우트 협회는 적십자사나 적신월사처럼 순수한 민간 구호 단체는 아니다. 이슬람 보건 협회는 헤즈볼라와 연계된 응급 서비스 기관이고, 리살라 스카우트 협회는 시아파 정당인 아말 운동 소속 기관이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구급차와 의료 시설을 군사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구조대나 의료진을 자주 공격하곤 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제시한 적은 없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크리스틴 베커를 부국장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국제 인도법에 따라 의료 종사자를 포함한 민간인은 특정 단체에 소속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호 지위를 상실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또 “인도적 임무를 수행 중인 의료진을 고의로 공격하는 것은 국제 인도법의 중대한 위반이며 전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습 사망’ 기자 사진 헤즈볼라 대원으로 조작
이스라엘군은 공습으로 사망한 레바논 기자를 헤즈볼라 요원으로 보이도록 조작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외신협회(FPA)는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군이 공습으로 사망한 기자를 헤즈볼라 요원으로 묘사하기 위해 사진을 조작했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이 사진은 가짜로 판명됐다. 다른 기자 2명과 함께 살해된 해당 기자의 명예를 실추시키기 위한 의도”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8일 레바논 방송 알마나르 소속 기자 알리 슈아이브를 ‘제거’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이스라엘군은 슈아이브가 ‘PRESS’ 표시가 있는 방탄조끼를 입은 모습과 헤즈볼라 군복을 입은 모습을 절반씩 붙여 사진을 제작했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슈아이브가 언론인의 탈을 쓰고 활동하는 라드완 부대(헤즈볼라 정예군) 요원”이라며 공격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사진에 사용한 군복 착용 이미지는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FPA는 “전쟁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이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유포하고 명확한 증거 없이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언론인을 비하하고 불신을 조장하는 행태가 관행처럼 반복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후 종종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언론인을 표적으로 삼아 의도적으로 공격한다는 비판을 국제사회에서 거세게 받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런 의혹에 대해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면서도 사망한 일부 언론인이 테러 단체와 연계되어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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