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원 수학여행’ 결국 취소…“장기자랑 생중계 해달라” 민원도 가지가지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수정 2026-04-16 11:18
입력 2026-04-16 11:16

강원도 2박 3일 경비 60만원 안내문
“너무 비싸” vs “이게 현실” 갑론을박
“왜 제주도 안 가냐” “왜 1박이냐” 민원 폭탄
사망사고에 교사 유죄 판결까지…기피 확산

제주공항 출국장 수속 카운터가 수학여행단으로 붐비고 있다. 서울신문DB


강원도로 가는 2박 3일 수학여행 비용으로 60만원을 책정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갑론을박을 낳았던 학교 측이 수학여행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에서는 “수학여행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민원, 비용이 비싸도 민원을 받는다”며 차라리 없애는 게 낫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1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한 네티즌은 ‘60만원 수학여행’ 논란의 중심이 된 학교의 상황을 전하는 글을 올렸다. 이 네티즌은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슈화되면서 일이 커지더니 결국 학교에서 수학여행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네티즌은 “처음 글을 올린 분이 어떤 의도였는지 알 수 없지만, 비싸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의 추억을 위해 보내려 했던 것 아니겠냐”며 “그 피해는 결국 대다수 아이들이 보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학교에서 취소 결정…피해는 학생들이”‘60만원 수학여행’ 논란을 다룬 유튜브 영상에도 해당 학교에 다닌다는 학생들이 댓글을 올려 이같은 사실을 전했다. 학생들은 “한 학부모의 글 하나 때문에 수학여행이 취소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해당 논란은 한 학부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중학교 3학년 아들이 비용 때문에 수학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한다”면서 올린 글이 불씨가 됐다.



학부모가 공개한 수학여행 안내문을 보면 5월 중 강원도로 가는 2박 3일 일정에 1인당 비용이 60만 6000원으로 책정됐다. 여기엔 전세버스 12만 1000원, 조식 포함 숙식비 15만원, 5끼 식비 9만 7000원, 입장료 10만 9000원 등이 포함돼 있었으며 케이블카, 제트보트, 루지, 미술관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예정돼 있었다.

한 학교의 강릉 수학여행 통지서. 온라인커뮤니티


이에 중장년층이 ‘라떼 수학여행’을 근거로 “너무 비싸다”고 호응하며 논란이 증폭됐다. 중장년층 네티즌들은 “유스호스텔 맨바닥에 20명이 자고 다같이 백반집에 갔다”, “버스 맨 뒷자리에 5명씩 앉았다” 등의 기억을 꺼내들었고, 급기야 “학교가 리베이트를 챙긴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드러냈다.

그러나 현직 교사들은 ‘60만원 수학여행’이 터무니없는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교사와 학부모가 참여하는 준비위원회가 공개경쟁 입찰에서 최저가를 제시한 여행사를 선정하고 운영위원회 심의까지 거쳐야 해 ‘뒷돈’을 챙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게 교사들의 설명이다.

쾌적한 우등버스와 ‘2~4인 1실’ 콘도 및 리조트를 이용하고, 학생들 제각각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프랜차이즈 뷔페 식당을 찾는 탓에 비용이 올라간다. 다양한 액티비티와 문화·예술 체험 등을 즐기는 트렌드, 세월호 참사 이후 강화된 안전 인력 규정도 비용 상승에 한몫했다.

‘2인 1실’ 리조트에 프랜차이즈 뷔페 식사
“중장년층 ‘라떼’ 생각하면 안 돼”
학생과 학부모들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애쓰더라도 마주하는 건 학부모들의 예상치도 못한 민원이라고 교사들은 설명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2023년 교사들로부터 수집해 발표한 ‘교권침해 사례 모음집’을 살펴보면 수학여행과 체험학습을 둘러싼 온갖 불합리한 민원과 요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초등학교에서는 1박 2일 수학여행을 추진하자 한 학부모가 “왜 2박 3일을 안 가느냐”며 2년 동안 학교를 상대로 집요하게 민원을 제기했다.

또 다른 학교에서는 수학여행을 서울로 가기로 하자 한 학부모가 “왜 제주도로 가지 않느냐”고 따졌고, “왜 장기자랑을 실시간 생중계해주지 않냐”고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체험학습 비용을 교사에게 내달라고 하거나, 교사에게 “아이 도시락 준비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한 교사는 “체험학습 출발 직전에 한 학부모가 전화해 아이 도시락을 싸달라고 했다”면서 “내가 먹으려고 산 김밥을 학생에게 주고 나는 점심을 굶었다”고 토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해 11월 14일 강원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속초시로 체험학습을 떠났다 버스에 치어 숨진 초등학생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교사의 2심 결과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 : 한국교총


온갖 민원을 감수하고 떠난 수학여행에서 자칫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교사들이 온전히 법적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는 일선 학교에 수학여행을 비롯한 체험학습 전반을 기피하는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2년 한 초등학교 6학년이 강원 속초시로 체험학습을 떠났다가 한 학생이 주차장에서 후진하던 버스에 치어 숨졌는데, 당시 인솔 교사는 ‘업무상 과실’을 이유로 2심에서 금고 6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 교사는 상고를 취하해 2심 판결이 확정됐다.

교사들은 “1년 전부터 준비하는 수학여행이지만 어떻게 준비하든 민원을 피할 수 없다”면서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교사들은 교직 인생이 흔들린다. 차라리 안 가고 싶다”고 토로한다.

교총은 “체험학습에서 교사의 책임은 어디까지냐는 근본적인 물음과 불안감이 교육 현장에 여전하다”며 “민사·형사 책임의 불안감과 현실이 계속되는 한 체험학습은 지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소라 기자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