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이란을 쳤는데 푸틴이 웃었다…4년 제재 물거품 [권윤희의 월드뷰]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수정 2026-04-16 07:07
입력 2026-04-15 18:29

유가급등에 재정 적자 위기서 반전
서방제재 4년 성과, 한순간 물거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 활주로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2025.8.15 앵커리지 AFP 연합뉴스


트럼프가 이란을 쳤는데 웃은 건 푸틴이었다. 이란전 최대 수혜국은 미국도, 이스라엘도 아닌 러시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전은 중동의 전략 구도를 바꾸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단에 따른 것이었으나 엉뚱한 곳에서 가장 큰 효과를 냈다는 지적이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장 밖에서 유가 급등의 반사이익을 고스란히 챙기는 사이, 4년간 서방이 공들여 쌓아온 대러 경제 압박은 단번에 허물어졌다는 평가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동맹국의 방공 재원 소진으로 새 대안을 찾아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유가 73% 급등에 수입 두 달 만에 두 배러시아 우랄 원유 가격은 3월 배럴당 77달러로 2월의 44.59달러 대비 73% 급등했다. 러시아 정부가 올해 예산에서 가정한 59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원유·정제유 수출 수익이 2월 97억 달러에서 3월 190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포춘지에 따르면 위치타주립대 울샤 헤일리 교수는 “이란전이 오랜 기간 내리막길을 걷던 러시아의 석유 수입을 구출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 계산에 따르면 4월 생산세 수익은 약 7000억 루블(90억 달러)로 3월의 두 배 이상이 될 전망이다.

IMF도 꼽은 ‘경제 압박’ 한순간에 해소이란전 직전까지 러시아의 경제 전망은 어두웠다. IMF는 올해 러시아 경제성장률 전망을 2014년 이후 최저인 0.8%로 낮췄고, 채텀하우스는 서방 제재가 마침내 효과를 내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란전이 이 흐름을 단번에 뒤집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KSE 인스티튜트 추계를 인용해 이란전이 3개월 지속될 경우 러시아의 추가 예산 수입이 97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러시아의 2025년 재정 적자 전체를 초과하는 규모다.

유가 급등과 러시아산 원유 제재 일시 해제가 겹치면서 재정 압박이 한순간에 해소된 모양새다.

우크라는 방공 위기…젤렌스키 “상황 심각”반면 우크라이나는 갈수록 불리해지는 형국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14일 독일 ZDF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이 계속된다면 방공 장비 자재 상황이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동맹국이 이란 드론 공격에 패트리엇을 쏟아붓는 사이 우크라이나 몫이 줄어든 결과다. 우크라이나는 민간 기업의 자체 방공 구매를 허용하는 것으로 대응에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협상 교착의 원인도 직접 지목했다. 스티브 윗코프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가 “이란과 끊임없이 대화 중”이라며 “미국이 푸틴에게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 러시아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전으로 대러 제재 카드의 실효성이 약해지면서 협상의 압박은 우크라이나에 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러 숨통 옥죈 서방제재 4년 성과 붕괴서방의 대러 제재는 러시아 석유의 가격을 낮추고 판로를 막는 방식으로 작동해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4년간 공들여 쌓은 결과, 2026년 초에는 실제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에너지 수입은 줄었고 재정 적자는 불어났다.

이 같은 제재는 근본적으로 유가에 의존한다. 유가가 낮을 때는 제재가 러시아를 압박하지만, 유가가 오르면 제재 효과가 희석된다.

이란전이 만든 에너지 위기는 정확히 이 약점을 파고들었다. 서방이 제재로 러시아 석유 수출 단가를 낮춰놨더니, 이란전으로 유가 자체가 73% 뛰면서 낮은 단가를 상쇄하고도 남았다. 제재라는 도구가 이란전이라는 외부 변수 하나에 무력화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일시 해제한 것은 이 구조에 기름을 부었다. 이란전의 에너지 충격을 완화하려는 조치였지만, 결과적으로 서방 제재의 마지막 방어선까지 스스로 허문 셈이 됐다.

푸틴 함박웃음…관건은 장기 고유가 유지다만 러시아의 수혜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누적 적자를 해소하려면 장기간 높은 유가가 유지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군비 지출과 산업 생산이 늘어나면서 성장하던 러시아 경제는 현재 고금리로 침체 국면에 접어들어 있다.

전쟁으로 중동 지역 에너지 인프라가 대거 손상된 데다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러시아의 호재는 당분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쟁자금 확보한 푸틴…이란전의 역설유가가 높은 한, 푸틴 대통령은 서두를 이유가 없다. 전쟁을 지속할 재원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정반대 처지다. 방공 재원은 줄고, 미국의 협상 동력은 이란으로 분산됐으며, 서방의 제재 압박은 힘을 잃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봄·여름을 결정적 협상 시한으로 규정한 것도 이 구도를 의식한 발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조건을 얻기 어려워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겨냥했지만 그 총성은 우크라이나 전선을 흔들었다. 의도치 않게 푸틴의 전쟁 지속 능력을 강화한 것은 이란전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드리운 가장 큰 역설이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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