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봄꽃축제, 유채꽃과 역사가 만나다

서미애 기자
서미애 기자
수정 2026-04-15 10:13
입력 2026-04-15 10:13

16~19일 연둔리에서 숲정이 봄꽃 축제 개최
유채꽃·물멍·의상 체험으로 체류형 관광 승부

화순군이 산림 생태 자원과 역사 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2026 연둔리 숲정이 봄꽃 축제’를 개최한다. 사진은 지난해 축제에 참여한 방문객이 나들이를 즐기는 모습. 화순군 제공


전남 화순군 동복면이 꺼내 든 카드는 ‘속도’가 아니라 ‘체류’였다.

화순군은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화순 11경 중 제7경인 연둔리 숲정이 일원에서 ‘2026 연둔리 숲정이 봄꽃 축제’를 연다. 동복천을 따라 700여m에 걸쳐 수양버들이 늘어선 이 숲에 올해는 유채꽃 군락과 방랑시인 김삿갓의 역사 자원을 결합해, 보고 돌아가는 행사가 아닌 체류형 축제로 탈바꿈시켰다.


숲정이의 내력부터 깊다. ‘마을 근처 숲’이라는 순우리말 이름을 가진 이곳은 1500년경 하천 범람을 막으려 쌓은 둔동보를 보호하기 위해 나무를 심은 것이 시초다. 비보림(裨補林)으로 출발한 숲은 500년을 넘기며 느티나무·팽나무·왕버들이 어우러진 생태림으로 자랐다.

축제의 중심축은 동복천 물길을 따라 조성된 ‘물멍존’과 ‘피크닉존’이다. 돗자리와 소품으로 구성된 감성 피크닉 세트를 전면 무상 대여해, 빈손으로 와도 강변에서 반나절을 보낼 수 있게 했다. 꽃 보고 사진 찍고 떠나는 통과형 관광이 아니라, 머물며 소비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가장 흥미로운 콘텐츠는 역사와의 접목이다. 축제장 인근 구암마을에는 방랑시인 김삿갓(본명 김병연·1807~1863)이 숨을 거둔 종명지가 있다. 조부의 투항으로 가문이 멸족당하자 삿갓을 눌러쓰고 40여 년을 떠돌았던 그는, 화순 동복을 세 차례 찾아 6년을 머문 뒤 이곳에서 57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화순군은 이 서사를 축제 안으로 끌어들여 ‘김삿갓 의상 대여 체험’ 부스를 운영한다. 전통 복식을 입고 유채꽃 군락을 거니는 이색 체험이다.



주말 프로그램은 더욱 흥미롭다. 현장 사진을 즉석 인화하는 ‘숲정이 사진관’, 김삿갓 키링·유채꽃 마그넷 만들기 체험, 오후 2시 버스킹 공연이 더해진다. 향토 음식 부스에서는 지역 주민이 재배한 농산물로 만든 먹거리가 나와 농특산물 소비 촉진도 꾀한다.

최종대 동복면장은 “화려함보다 자연 그대로의 여유를 담고자 했다”며 “유채꽃 사이를 걷고 물을 바라보며 쉬어가는 시간이 다시 동복면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꽃은 지고 만다. 그러나 500년 된 숲은 남는다. 화순 동복면이 걸고 있는 승부는 한철 꽃놀이가 아니라, 숲과 물과 사람의 이야기로 관광객을 ‘머물게’ 하는 것이다.

화순 서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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