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시티 vs 행정통합…여야, 부울경 시도지사 선거 ‘통합 해법’ 격돌

이창언 기자
수정 2026-04-14 15:12
입력 2026-04-14 14:26
6·3 지방선거를 50여일 앞두고 부산·울산·경남(부울경)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메가시티 복원’과 국민의힘의 ‘행정통합 특별법’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방식을 둘러싼 시각차가 뚜렷하다. 14일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특별법을 발의하고 민주당은 봉하마을에서 공동 출정식을 여는 등 두 진영 모두 부울경 광역 의제를 선거 전면에 내세우며 기선 잡기에 나섰다.
행정통합이 특별법 제정과 주민투표라는 긴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현행 지방자치법으로 즉시 설립할 수 있는 메가시티를 중간 단계로 활용하자는 것이 민주당의 논리다.
앞서 김경후 후보 측은 오는 6월 경남부산 행정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공공기관 이전, 대기업 투자 유치(10대 그룹 5년간 지방 270조 투자) 등을 고려했을 때 6월 통합과 2028년 통합은 단순히 시기상으로 2년 늦춰지는 게 아니라 20년 이상 (지역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다만 국민의힘 소속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박형준 부산시장은 정부의 실질적 권한 이양과 주민투표를 통한 정당성 확보를 내세우며 특별법 제정 이후인 2028년 통합단체장 선거를 치르겠다는 구상을 고수하면서 6월 지방선거를 통한 경남부산 통합지자체 출범은 어려워졌다.
이 연장선에서 국민의힘은 특별지방자치단체 방식은 ‘옥상옥 행정체계’일 뿐이며 실질적 권한 이양을 담보하는 완전한 행정통합만이 해법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민주당, 봉하마을서 ‘메가시티 부활’ 선언
부울경 초광역 성장축 재구축 선언
30분 교통망·공공기관 유치 등 강조이날 민주당 부울경 광역단체장 후보 3인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앞에서 공동 출정식을 열고 ‘부울경 해양수도 메가시티’ 재추진을 선언했다.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는 당선 즉시 협의체를 구성해 2022년 국민의힘 시도지사들이 사실상 해체한 부울경 특별연합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균형발전을 국정 철학으로 삼았던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출정 장소로 택해 상징성을 높였다.
세 후보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5극 3특’(5개 초광역권·3개 특별자치도) 정책에서 부울경이 소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공통 논거로 내세웠다.
김경수 후보는 “이재명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을 받을 그릇이 부울경엔 없다”며 “메가시티를 즉각 복원해야 공공기관 2차 이전과 대기업 투자유치를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재수 후보는 “광주·전남, 대구·경북은 먼저 치고 나가 예산이 반영될 텐데, 지방선거가 끝나면 부울경은 공통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상욱 후보는 “정부의 지방발전 계획 단위는 이미 초광역”이라며 “부울경도 초광역 단위로 준비하지 않으면 중앙정부와 결을 맞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역별 역할도 구체화했다. 부산은 글로벌 물류 허브 ‘해양수도’, 울산은 인공지능 전환(AX) 기반 ‘제조혁신 수도’, 경남은 ‘글로벌 미래산업 수도’로 특화해 상호 보완적 성장 구조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광역급행철도를 중심으로 부울경 주요 거점을 30분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광역 교통망 구축도 함께 공약했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도로·철도, 기업 유치 등 7개 분야 61개 사무를 공동 처리하는 특별지방자치단체로 기획됐다. 2022년 4월 행안부 승인을 받아 공식 출범했지만, 그해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부울경을 석권하면서 사업이 멈췄다. 이후 각 시·도의회가 규약 폐지안을 의결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최근 ‘메가시티’를 둘러싼 여야의 설전도 이어졌다.
박완수 지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메가시티 실체가 특별지방자치단체인지 행정통합인지 모호하다”고 직격했다. 이에 김경수 후보 측은 “박완수 지사가 취임하자마자 메가시티를 좌초시켜 광역교통망 등 핵심 사업 예산이 날아갔고 이번에도 행정통합 시기를 놓쳐 이재명 정부의 파격적 지원과 권한 이양도 걷어찼다”고 맞받았다.
국민의힘, 특별법으로 행정통합 본격화
8조원 규모 자주재원 확보 명문화
자율 조직권·자치입법권 등도 담아경남과 부산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경남부산통합특별시 설치 및 경제·산업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 이성권 의원(부산 사하구갑)을 비롯한 부산·경남 지역 국회의원들이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을 공개했다.
총 6편 628조로 구성된 법안은 통합특별시가 중앙정부 통제에서 벗어난 ‘완전한 지방정부’로 기능하도록 파격적인 권한 이양을 담았다.
재정 분야에서는 현 7.5대 2.5인 국세·지방세 비율을 6대 4로 조정하고 지역 내 법인세 30%·부가가치세 5%·양도소득세 전액을 지방세로 확보해 연간 8조원 이상의 자주 재원을 마련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보통교부세 총액의 10%도 통합특별시에 별도 교부하도록 명시했다.
행정 자율성도 대폭 강화했다. 행정기구 설치와 공무원 정원을 조례로 직접 결정하는 자율 조직권, 지역 특화 정책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치입법권을 명문화했다. 총액인건비 적용도 제외해 정원 운용의 실질적 자유도를 높였다. 우주항공·첨단전략산업 등 11개 초광역 핵심 사업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10년간 투자심사를 유예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산업·인프라 권한 이전도 눈에 띈다. 경제자유구역과 투자진흥지구 지정·관리권을 통합특별시장이 직접 행사하고, 개발제한구역(GB) 지정·해제 권한도 지역으로 가져오겠다는 계획이 법안에 담겼다. 가덕도신공항 운영법인 지분(3~10%) 소유와 부산항 관리권 확보도 법안에 포함했다. 우주항공·해양물류 분야는 국가가 산업 기반을 우선 조성하고 행정·재정 지원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규정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통합기본법 제정에 대한 정부 응답만 기다리다 골든타임을 허비할 수 없어 발의했다”며 “특별법이 대한민국 지방분권형 행정통합의 새로운 표준이 되도록 정부와 여당이 결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한과 예산 이양 없이 이름만 특별한 메가시티, 특별연합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절대 극복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양 시·도는 하반기 주민투표로 민의를 확인한 뒤 2028년 통합을 목표로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창원 이창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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